美민주 전대 무사히 끝날까…수만명 시위대에 시카고 살얼음판(종합)

김연숙 2024. 8. 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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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휴전·낙태권·기후변화 대응까지 정강정책 수정요구
대다수 평화시위 약속…일부 시위대 "맞서 싸우겠다"
1968년 유혈사태 재발 우려에 접근차단·체포 등 강경대응 준비
시카고의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김연숙 기자 = 19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 각종 사회 이슈를 둘러싼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채울 전망이다.

18일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대의원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확정하고,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동안 전당대회 장소인 유나이티드 센터 밖에선 매일 시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제는 다양하지만, 많은 활동가는 그중에서도 가자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이 우선이라는 데 동의한다.

전당대회 첫날엔 시위대 약 4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회 주최 측은 참가자가 10만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민주당 정강·정책 변경을 요구할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지지단체인 '집단학살에 반대하는 대의원들'(Delegates Against Genocide)는 이스라엘의 가자 공세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분노하며 이번 주 무기금수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전당대회 주요 행사에서 민주당 강령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하고, 대의원으로서 발언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안 정강·정책에 서명한 대의원 35명 중 한명인 리아노 샤론은 로이터에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라며 "그들은 전당대회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원하지만, 전당대회는 정치 참여 수단이다. 우리가 제 용도로 쓰지 않는다면 그저 미인대회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전역의 200여개 단체가 참가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로 행진'(DNC 행진)은 오는 19일과 22일 유나이티드센터 인근 유니언 공원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주최 측은 대학가 반전시위 학생들을 포함, 활동가 최소 2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은 7월 중순 공개한 강령 초안에서 가자전쟁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과 함께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가자 민간인 피해나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축소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단 민주당은 전당대회 첫날 일정에 아랍·팔레스타인 문제와 반유대주의에 대한 패널 토론을 각각 추가한 상태다.

이 밖에도 낙태권, 기후변화 등 복잡다단한 사회 이슈들이 모두 시카고로 모일 전망이다. 시카고에 모인 시위대는 낙태권 사수를 위한 활동가부터 기후변화와 노조, 경제정의를 주장하는 모임 등 200개가 넘는 단체들로 구성돼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진보 신학자 코넬 웨스트와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가 참여하는 시위도 예정돼 있다.

친(親)이스라엘 단체인 전미이스라엘회의(IAC)는 시카고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의 석방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아직 시카고 당국으로부터 집회 허가를 받지 못한 IAC는 개인 소유의 부지를 임대해 행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극우성향 단체들의 맞불 시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카고의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위대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시카고 당국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한 1968년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베트남전 반전 시위가 격렬하던 때에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었다가 대회장 밖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는 시련을 겪었다.

경찰의 강경 진압과 시위대의 폭력이 맞물린 1968년 시카고 전당대회는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전당대회'라는 불명예로 기록됐다.

일단 시 당국은 전당대회 장소인 유나이티드 센터 주변을 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시위대는 유나이티드 센터로부터 2개 블록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거리로는 약 300m 이상이다.

당국은 시위대가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대규모 체포도 불사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물건을 투척하거나, 시내 건물의 유리를 깨는 행위 등이다.

시카고 경찰 관계자는 "시내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지역 법원도 대규모 체포 가능성에 대비해 영장 심사 등을 맡을 판사들이 전당대회 기간 일정을 비워놓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대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모일 경우,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시카고는 중부 지역에서도 각종 사회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으로 꼽힌다.

시카고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공항으로 가는 도로를 막고, 시 의회 건물을 점거하는 등 당국과의 물리적인 충돌도 불사해왔다.

특히 전당대회 기간 시카고에 모인 시위대 중 대다수는 평화시위를 약속했지만, 일부는 당국의 통제 요구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시위 지도자 중 한 명인 마이클 보이트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정통성이 없을 뿐 아니라 범죄나 다름없다"며 "시위대가 전당대회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트가 이끄는 단체는 시카고 시내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시위대가 행진하는 도록 주변에 장벽을 친 시카고 경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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