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김소희·카노 미유, ‘아틀란티스’를 찾아 떠나는 두 ‘여우’
또 하나의 색다른 한일 합작 유닛이 등장했다.
그룹 C.I.V.A와 네이처의 멤버로 활약했던 김소희와 ‘트로트 걸즈 재팬’과 MBN ‘한일가왕전’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카노 미유가 모여 결성한 ‘아틀란티스 키츠네’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트로트 걸즈 재팬’이나 ‘한일가왕전’을 관심있게 지켜 본 팬이라면 아틀란티스 키츠네에게 데자뷔가 느껴질 수도 있다. ‘한일가왕전’에 출연해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김다현과 스미다 아이코가 이들 보다 먼저 ‘Lucky팡팡’이라는 한일 합작 유닛으로 데뷔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김소희가 ‘한일가왕전’에 출연하지 못했지만, 김소희와 카노 미유 역시 ‘트로트 걸즈 재팬’에서 경쟁 상대로 만난 적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우리는 우리만의 매력이 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nC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아틀란티스 키츠네의 두 소녀와 만나 그들이 써 내려 온, 그리고 앞으로 써 나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틀란티스 키츠네가 가장 먼저 자신들의 매력으로 꼽은 건 단연 ‘음악’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특징으로 장르적으로 제한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카노 미유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이런저런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김소희도 “우리는 정말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 트로트도 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K팝도 보여주고 싶고 예능도 나가고 싶다. 미유가 K팝도 좋아한다. 아틀란티스 키츠네가 무엇이든 잘한 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힘을 줘 말했다.
김소희와 카노 미유의 자신감은 이들의 이력을 보면 보다 쉽게 납득이 된다. 일단 김소희는 Mnet ‘프로듀스101’ 시즌1의 출연을 시작으로 그룹 C.I.V.A와 I.B.I, 옆집소녀, 네이처의 멤버로 활약했고, 솔로로도 데뷔한 경험이 있다. 회수로 따지면, 아틀란티스 키츠네는 무려 여섯 번째 데뷔인 셈이다. 자연스럽게 여러 음악과 장르에 대한 경험이 축적돼 있을 수밖에 없다.
카노 미유는 데뷔 경력은 없지만, 오랫동안 일본에서 걸그룹 연습생으로 생활한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1999년생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9년대, 2000년대 음악에 대한 지식이 두껍다.
실제로 카노 미유는 ‘트로트 걸즈 재팬과 ‘한일가왕전’에서 쥬디 앤 마리(JUDY AND MARY)의 ‘Over Drive(오버 드라이브)’를 비롯해 코다 쿠미(倖田來未)의 ‘キュ―ティ―ハニ―(큐티하니)’, 오오츠카 아이(大塚愛)의 ‘さくらんぼ(사쿠란보)’ 등 펑크와 댄스, 팝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보여준 바 있다.
김소희는 “어려서부터 많은 활동을 했다. 프로젝트 그룹도 많았고, 이번에 또 새로운 시도를 하게됐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소희는 항상 새로움에 도전한다’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솔직히 그동안 좋은 일도 많았고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 그런데 힘든 시간도 다 금같은 시간이었다. 지금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그 시간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트로트 걸즈 재팬’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나를 몰랐던 일본 현지인들 중에 나를 찾아보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항상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는 이미지가 커졌으면 좋겠다. 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라고 아틀란티스 키츠네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카노 미유 역시 이번 아틀란티스 키츠네 활동이 자신의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카노 미유는 “원래 미에 현에서 태어나 후쿠오카로 이사해서 8살 때부터 음악활동을 했다. 그러다 12살에 도쿄의 연예기획사에 들어갔는데 잘 안됐다. 19살까지 인생에 어두운 시기가 있었다. 그때 회사에서는 나를 기타를 치는 가수로 만들고 싶어했는데, 재능이 있어 계속 치게 됐다. 사실 내 원래 롤모델은 아무로 나미에였다. ‘한나 몬타나’를 보고 조금 영향을 받기도 했다”라고 자신의 음악적 성장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사무실을 나왔다. 그래도 노래는 계속 하고 싶었다. 반년정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트로트 걸즈 재팬’ 오디션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걸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운기가 오르는 시기였다. 지금은 내가 되고 싶었던 이미지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되고 유닛을 하게 된 것이 내 입장에서 엄청 감사한 일로 생각한다”라고 아틀란티스 키츠네에 애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배경을 지녔지만 힘든 시기를 버텨 내고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공통점을 지닌 둘인 만큼, 서로가 만들어낼 시너지에도 기대가 컸다.
카노 미유는 “아틀란티스 키츠네의 결성은 회사에서 정했지만, 그 전부터 SNS나 주위에서 나와 소희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 일본의 팬이나 친구들도 비슷한 말을 자주 했다. 나도 소희를 굉장히 좋아해서 기쁘다. 무엇보나 나는 일본인이고, 소희는 한국인이다. 한일 듀오라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 이를 계기로 세계로 계속 뻗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결성 소감을 밝혔다.
김소희도 “처음에는 미유와 내가 같이 할 줄 전혀 전혀 몰랐다. 그래도 ‘트로트 걸즈 재팬’에 출연했을 때 미유와 같이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이 팀을 제안해서 기뻤다.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즐겁게 하고 있다”라고 화답했다.
그리고 아틀란티스 키츠네의 이름으로 처음 선보일 곡은 ‘어머나’로 낙점됐다. 잘 알려졌다시피 ‘어머나’는 장윤정의 데뷔곡이자 대표곡으로, 2004년 발표 당시 국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김소희는 “‘어머나’가 메가 히트 곡이라서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도 우리 장점이 에너지다. 미유가 무대에서 에너지가 장난 아니다. 그래서 원곡에 K팝 느낌과 댄스 브레이크를 추가해 우리 스타일로 새로 만들었다. 에너지 있게 편곡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큰 히트를 기록한 ‘어머나’지만, 일본인인 카노 미유에게는 생소한 곡인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어머나’를 전혀 몰랐다고 털어 놓은 카노 미유는 “이전까지는 전혀 몰랐고,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정통 트로트라서 ‘괜찮을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새로 편곡을 거치면서 팝 같은 느낌이 추가됐다. 2024년 버전 ‘어머나’를 선보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또 일본에서는 K팝, K뷰티, K패션처럼 ‘한국식’이 인기가 많다. 이 타이밍에 우리가 나올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모두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카노 미유의 기대에 부응하듯 ‘어머나’의 첫무대에 보여준 팬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큰 것이었다.
김소희는 “한국에서 한 무대는 사전 녹화여서 관객이 없었지만, 그 전에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서 일본어 버전 ‘어머나’ 무대를 먼저 선보인 적이 있다. 그때 현장 반응이 정말 좋았다. 야외 무대였고, 정말로 땡볕 아래서 라이브를 했는데, 우리가 정말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줬다. 미유의 얼굴이 빨갛게 익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나중에 댓글을 보니까 ‘미유가 저정도로 열심히 했다’라는 반응이 많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카노 미유도 “‘어머나’외에도 ‘한일톱텐쇼’에서 한국노래와 일본노래를 같이 부르고 있다. 이시대에 이런 곡이 일본에 있었구나, 한국에도 이런 곡이 있었구나와 같은 공부가 되고 있다. 또 서로 반응을 해줘서 한일간의 문화적 장벽이 낮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가사를 몰라도 듣는 사람이 눈물을 흘린다. 가수와 음악의 존재감이라고 할까 그런게 계속 (듣는 사람의 마음에) 남는 것 같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인터뷰 처음으로 돌아가, 주요 활동 무대나 한일 듀오라는 점에서 아틀란티스 키츠네는 Lucky팡팡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서로 라이벌 의식이 있는 지를 묻자 김소희와 카노 미유는 나란히 “라이벌이요?”라고 되물으며 크게 웃었다.
카노 미유는 “같은 동료고, 라이벌이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니까 Lucky팡팡보다 우리가 조금만 더 팔렸으면 좋겠다”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김소희도 “라이벌이라기 보다 그 친구들도 같이 경연을 한 동료다. Lucky팡팡과 우리는 같은 상황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시발점에 선 상황이다. 우리든 Lucky팡팡이든 한쪽이 잘되면 서로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팀적인 동반 상승효과를 기대했다.
김소희의 말처럼 새로운 시발점에 선 만큼, 이들은 목표와 포부 역시 원대했다.
카노 미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한국에서 노래를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 이제 현실이 됐으니 한국의 여러 음악 방송에 많이 나가고 싶다. 또 한국의 K팝 뮤지션과도 많이 교류하고 싶고,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아카시야 산마나 다운타운(※주: 둘 모두 일본에서 유명한 개그맨 겸 MC)처럼 예능인으로도 활동하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는 도쿄돔 무대에 서는 게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김소희도 “미유가 음악 방송을 좋아한다. 또 미유가 에너지가 좋아 예능에 나가면 굉장히 잘 할 것 같다. 아무래도 한일 유닛이 희귀하니까, 강호동과 유재석 등 국민 MC와도 만나고 싶은 바람도 있다. 우리의 매력을 보여주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 반대로 미유가 있으니까 일본의 유명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싶다. 나도 그래서 결국 도쿄돔에 서는 게 목표다. 활동하면서 항상 꿈이었다. 이번에 미유와 함께 하면서 그 꿈에 조금이나마 다가서서 설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틀란티스 키츠네에서 ‘아틀란티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언급한 전설의 섬이고, ‘키츠네’는 일본어로 여우를 뜻한다. 마치 ‘김소희’와 ‘카노 미유’라는 두 여우가 전설의 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연상케 하는 작명이다.
과연 이들이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치고 ‘도쿄돔’이라는 아틀란티스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 허나 적어도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리키는 작은 불빛을 발견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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