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연루 가능성…무기 계속 판매"

주아일랜드 英대사관 2등서기관, 항의 표시로 사표 내
"이스라엘 전쟁범죄 자행 명백…우려 전달해도 묵살"

[헤이그=AP/뉴시스]한 영국 외무 관료가 자국이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연루됐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직서를 냈다. 사진은 지난 4월30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외부 전경. 2024.08.19.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영국의 한 외교관이 자국이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연루됐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직서를 냈다.

19일(현지시각) 더타임스에 따르면 주아일랜드 영국대사관 2등서기관이던 마크 스미스는 온라인으로 사직서를 내면서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를 계속 허용한 것은 전쟁범죄에 공모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는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일대 무기 수출 허가를 평가하는 담당자로 재직하면서 해당 분야 전문가로 분류됐다.

스미스는 "외무부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뒤 퇴사하게 돼 슬프지만 이 부처가 전쟁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라면서 "우리는 매일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국제인도주의법을 위반하는 명백하고 의심할 여지 없는 사례를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와 군 고위층은 공개적으로 대량 학살 의도를 표명했다. 이스라엘 군인은 고의로 민간인 재산을 불태우고, 파괴하고, 약탈하는 영상을 찍는다. 수감자를 성폭행하고 고문하는 것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라면서 "영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계속 판매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는 데도 어떻게 된 일인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식적인 내부 고발 조사를 포함해 조직 모든 수준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귀하의 우려 사항을 확인했다'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라면서 "복수의 장관은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투명한' 무기 수출 허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정반대"라고 질타했다.

[가자지구=AP/뉴시스] 지난해 11월1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한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으로 사망한 친척을 애도하고 있다. 2024.08.19.

그러면서 "우리가 역사를 되돌아보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뒤로 지난 5월까지 무기 수출 108건에 허가를 내줬다.

무기거래반대캠페인(CAAT)은 영국이 2008년부터 이스라엘에 모두 5억7600만 파운드(약 9939억원)가 넘는 무기를 수출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당시 외무장관이던 데이비드 캐머런은 이스라엘이 전쟁범죄를 저질렀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취임 전인 보수당 정부 시절 외무부에 이스라엘이 국제인도주의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공식적인 평가를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외무부 대변인은 "정부는 국제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심각한 국제인도주의법 위반을 저지르거나 촉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품목은 수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입장을 냈다.

또 "(래미)외무장관 취임 첫날부터 이스라엘이 국제인도주의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검토 과정이 진행 중"이라면서 "검토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갱신 사항을 제공하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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