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최대 실적 달성했는데…외부에 깔린 IPO 흥행 ‘걸림돌’

정윤성 기자 2024. 8. 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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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 40%→7%…시장 급랭에 케이뱅크도 ‘한숨’
치솟은 업비트 이용료에 가계대출 규제…성장 걸림돌도 늘어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케이뱅크가 상반기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연내 IPO를 앞두고 외형 입증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외부에서 온 악재가 늘었다는 점이다. 활황을 띄던 공모주 시장이 침체될 조짐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에 따른 업비트 이용료 등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8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 은행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2022년 기록한 연간 기준 최대 순이익(836억원)도 반년 만에 넘어섰다.

그간 케이뱅크는 연내 IPO 입성을 위해 외형 성장과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128억원으로 급감하면서 IPO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이번 호실적을 계기로 성장성과 수익성 증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PBR(주가순자산비율)로 밸류 산정에 나서는 만큼 순이익 확대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다.

케이뱅크 본사 사옥 ⓒ케이뱅크 제공

한 고비 넘겼더니 IPO 시장이 '꽁꽁'

 IPO 흥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외부에서 온 변수에 한숨이 깊어질 조짐이다.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가 하반기 들어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상장한 기업 6곳의 상장 첫날 평균 주가 상승률은 7.61%에 그쳤다. 이 가운데 이노스페이스(-20.44%)와 엑셀세라퓨틱스(-16.70%)는 각각 공모가 대비 급락했다.

이달 상장한 새내기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상장한 뱅크웨어글로벌은 공모가 대비 1.56% 하락했다. 16일 상장한 유라클은 종가 기준 공모가와 동일한 수준에 그쳤다. 이날 상장한 전진건설로봇의 경우 공모 청약에서의 흥행에 힘입어 장 초반 60%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내 상승률이 40%까지 내려앉으며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흐름이다.

상반기 내내 달아올랐던 IPO 시장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첫날 주가 상승률은 지난 1월엔 181%, 3월엔 107%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과열이 조정된 지난 6월에도 주가 상승률은 평균 40.22%수준을 보였다.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기업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감안하면 하반기 들어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셈이다.

IPO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급격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연초 공모주 수익률이 호조를 보이자 기업 펀더멘탈과 관계 없이 '묻지마 베팅' 현상이 일었다. 이렇게 공모가가 치솟은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부진하자 투자자들도 옥석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모두 8% 넘게 빠진 '블랙먼데이'까지 덮쳤다.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더 사그라졌다는 관측이다.

당장 하반기 IPO를 본격 추진하는 케이뱅크에도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첫 IPO 도전 당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IPO 추진을 중단한 전력이 있다. 시장이 침체되면서 제대로 기업 가치를 인정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과 2021년 IPO 시장 호황 이듬해 시장 흐름이 급격히 하락했던 적이 있는 만큼 8월 IPO 시장 역시 소강상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연합뉴스

몸값 더 올려야 하는데…장애물 늘어

이처럼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 만큼 체력을 어필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다만 이 또한 상반기에 비해선 난이도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하반기도 호실적을 보일 수 있을진 미지수라는 진단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의 이자 비용이 늘게 됐다. 업비트는 예치금 이용료율을 2.1%로 공지했다. 이전까지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하던 이용료율은 0.1%인데 20배가 늘어난 것이다. 거래소 간 고객 유치 경쟁이 벌어지면서 빗썸이 2.2%를 제공키로 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업비트의 예치금은 6조3000억원 규모다. 이용료만 1200억원 규모가 예상되는 셈이다. 상반기 순이익보다 400억원 가량 많은 돈을 매년 이자 비용으로 써야한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상반기 케이뱅크 실적의 핵심을 차지한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도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를 위해 은행권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어서다. 케이뱅크도 이에 따라 한달 새 아담대 금리를 다섯 차례 인상했다. 대환대출 인프라 등으로 2분기에만 아담대 7500억원을 확보한 케이뱅크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에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해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운영하는 보증서대출과 신용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 인터넷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담보대출까지 출시해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되면서 앞으로 인터넷은행의 주가 방향성은 소호(자영업자) 대출 성장성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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