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는 하마’ AI 데이터 센터…“가뭄 유발할 수도”

가장 많은 데이터 센터 몰린 美버지니아
물 사용량 급증에 지난해 심각한 가뭄
“데이터 센터, 미국의 10번째 물 사용처”

미국 버지니아주 로우던 카운티에 있는 구글 데이터 센터 전경. [사진=AP연합]

구글 등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으로 인해 일반 가구의 전력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물 부족 사태까지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데이터 센터 냉각 등에 대량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 센터가 몰려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 정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해당 지역의 데이터 센터들이 지난해 1년 동안 최소 18억5000만갤런(70억ℓ)의 물이 소비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버지니아 북부에는 ‘데이터 센터 골목(alley)’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페어팩스, 로우던, 프린스 윌리엄, 파우키에 카운티 등에 구글, MS, 아마존의 데이터 센터가 있다. FT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 앨리는 지난 2019년에 총 11억3000만갤런의 물을 썼다. 4년 만에 물 소비량이 3분의 2(63.7%) 늘어난 셈이다.

데이터 센터는 컴퓨터 장비를 냉각하는 데 물을 쓴다. 구글은 자사의 물 소비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했는데, 대부분이 데이터 센터 냉각에 쓰였다고 밝혔다. 리서치 그룹 ‘Dgtl 인프라’은 지난해 미국 데이터 센터의 전체 물 소비량을 750억갤런(2840억ℓ)로 추산했다. 영국 수도 런던 전체의 4개월 소비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미국 주정부당국은 빅테크들이 취수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고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일일, 월간, 연간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물 재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들이 매달 수백만갤런의 물을 쓰는 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BoA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데이터 센터가 미국의 10번째 물 사용처라고도 밝혔다.

실제 버지니아주는 최근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미국 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은 버지니아주는 지난해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고 밝혔다. 북부 4개 카운티에서는 비정상적인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환경 단체들은 일부 데이터 센터들이 건조한 지역에 세워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AI 개발 경쟁이 전력난뿐만 아니라 물 부족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향후 1~2년 동안 AI 기술 개발을 위한 전력 공급이 중요해진다”며 “현재 AI 발전에 대한 제약은 변압기 공급과 전력 확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력망은 AI 기술 발전에 따라 증가한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