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소통’, 최고위원은 ‘투쟁’…민주 지도부, 尹 투트랙 압박
‘강성’ 최고위원들 “더 지독히 싸울 것”…특검‧국조 속도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더 강해진 '이재명 지도부'가 돌아왔다. 이재명 대표는 85.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24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당 대표가 됐다. 대정부 투쟁과 이재명 수호를 외친 '강성' 친명(親이재명) 최고위원들도 모두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이 대표가 차기 대권으로 향하는 데 이번 전당대회가 탄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이 대표의 대권 여정 앞에 놓인 당장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최우선적으로 꼽히는 건 단연 당내 '다양성 확보'와 '중도 확장'이다. 이번 전당대회 '비명'(非이재명) 김두관 후보(12.12%)가 2년 전 박용진 후보 득표율(22.23%)의 절반에 그쳤다는 점,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중도‧무당층을 흡수하지 못한 채 줄곧 30% 안팎에 갇혀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 대표로의 '구심력'이 당 안팎에 강해질수록 그를 경계하는 '원심력' 또한 커져 왔다. 이는 곧 오는 10월 닥칠 사법리스크, 연말 김경수 전 경남지사 귀국 건과도 연계돼 있어 이 대표로선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당내 리더십과 중도 민심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다면 앞선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총선 공천 학살' 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당이 분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자신 앞에 놓인 과제를 의식한 듯, 대표 당선 후 첫 일성으로 '민생'에 방점을 찍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협치'의 손을 내밀었다. 그는 19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먹고 사는 문제, 먹사니즘"이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을 구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내내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꾸준히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당 대표 수락연설에선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께 영수회담을 제안 드린다. 지난 영수회담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며 "지난 회담에서 언제든 다시 만나 국정에 대해 소통하고 의논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 만큼 대통령님의 화답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 대표를 향해선 "시급한 현안들을 격의 없이 의논하자"고 했다.
이재명 2기 지도부의 민생 정책 첫 과제도 기존 민주당 정책과 차별화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될 전망이다. 조세 저항이 심한 정책에 대한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우클릭'을 통해 중도 표심을 잡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제 '집토끼'는 단단히 결속시켰으니 '산토끼'를 잡겠다는 이 대표의 자신감"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공격할수록 오른 지지율…투쟁이 곧 민심?
이 대표가 '민생' '소통' 키워드를 내세워 정부‧여당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길 설득‧압박하는 한편, 강성 최고위원들은 더욱 공격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전례 없는 초강경 최고위원'들이 꾸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대정부‧여당 공세에도 곧장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도부는 정국의 뇌관으로 꼽히는 '2특검(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4국정조사(채상병 사건·서울 양평 고속도로 특혜·방송 장악·동해 유전 개발 의혹)'를 고루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회 청원으로 접수된 대통령 탄핵소추 관련 청문회와 함께, 이 대표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 관련 청문회도 진행 중이다. 이후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 등도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통령의 계속되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정국에 맞서 입법 공세도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방송4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 재표결을 통해 정부·여당을 압박할 계획이다. 특히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를 겨냥해 '채상병 특검법' 압박 수위를 올릴 전망이다. 민주당은 한 대표를 향해 전당대회 공약이었던 '제3자 추천안' 발의를 거듭 재촉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 지도부의 공세의 끝은 '윤석열 정권의 조기 퇴진‧탄핵'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선된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경선 과정 내내 윤 대통령 탄핵을 반복 언급하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최고위원 다섯 명 중 2위로 당선된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과 더 지독하게 싸우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당대회 연설에서 그는 "윤석열과 싸워 이긴 투사 전현희가 윤석열을 반드시 탄핵시키겠다"고 외친 바 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軍)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전당대회에서 정부를 향한 최고위원 주자들의 강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지지율이 눈에 띄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단적인 예로 김병주 최고위원은 "정신 나간 국민의힘", 전현희 최고위원은 "김건희 살인자" 발언 후 각각 당선권 순위로 껑충 뛰었다. 당선된 최고위원들은 '탄핵'까지 염두에 둔 강력한 대정부 투쟁이 곧 이번 전당대회에서 여실히 드러난 '민심'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의 민생 드라이브와 별개로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엔 더욱 고삐를 당겨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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