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마루에서 그렸던 유영국의 소품들…PKM갤러리에서 첫 공개

황희경 2024. 8. 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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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세대 추상화가 유영국(1916∼2002)이 서울 약수동의 적산가옥에 살던 시절, 그에게는 화실이 있었지만 겨울에는 몹시 추웠다.

휘발윳값이 비쌌던 때 유영국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집 안방 앞의 가늘고 긴 마루에서 작은 크기의 작품들을 그렸다.

이렇게 그린 소품들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전시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가 21일부터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대형 작품을 많이 그렸던 유영국이 소품을 그린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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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Work, 1967, 캔버스에 유화, 24.5x33.3cm[PKM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한국 1세대 추상화가 유영국(1916∼2002)이 서울 약수동의 적산가옥에 살던 시절, 그에게는 화실이 있었지만 겨울에는 몹시 추웠다. 휘발윳값이 비쌌던 때 유영국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집 안방 앞의 가늘고 긴 마루에서 작은 크기의 작품들을 그렸다.

이렇게 그린 소품들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전시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가 21일부터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 나온 1950년대∼1980년대 유화 34점 중 21점이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채 유족들이 소장하던 작품들이다.

19일 전시장에서 만난 유영국의 둘째 딸인 유자야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는 "소품의 완성도가 높지만 사람들은 소품이니까 싸게 사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아버지가 가격을 그렇게 매기는 것은 아니라며 아예 팔지 않고 보관하고 있던 것을 이번 기회에 처음 선보이게 됐다"고 소개했다.

유영국, Work, 1964, 캔버스에 유화, 25.2x35.5cm[PKM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형 작품을 많이 그렸던 유영국이 소품을 그린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유 이사는 "사람들이 아버지의 대형 작품을 보고 큰 그림이 다 좋은 것은 아니고 소품에서 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면서 "아버지는 자신이 큰 그림도 잘 그리고 작은 그림도 잘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품에서도 주로 산을 모티프 삼아 자연을 선과 면, 색채의 조합으로 그린 유영국의 특징이 드러난다. 형태가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거나 질감(마티에르)이 두드러지는 작품, 일부러 캔버스를 다 채우지 않고 여백을 작품의 일부로 표현한 작품들도 있다.

유영국, Work, 1965, 캔버스에 유화, 40.5x50.7cm[PKM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영국은 이미 국내에서는 유명한 작가지만 최근 몇년간은 해외에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페이스갤러리의 뉴욕 지점에서 해외 첫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올해는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축제인 베네치아비엔날레에 맞춰 주최측의 공식 승인을 받은 병행 전시로 베네치아에서 유럽 첫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재단은 국내를 넘어 이제 막 해외로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를 해외에 더욱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유영국의 장남인 유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아직 정확한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에도 외국에서 전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꾸준히 전시를 열면서 작가를 알릴 기회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10일까지. PKM갤러리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서 유영국의 100호 크기 1973년도 작품을 주요 작품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PKM갤러리 유영국 전시 전경[PKM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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