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틱톡·릴스 타고 다양하게 변신하는 빌보드차트

민서연 기자 2024. 8. 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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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원곡 편집 즐기는 틱톡커들 덕분에 빠른 버전·느린 버전 내놓는 팝가수들

젊은 세대가 애용하는 소셜미디어(SNS) 콘텐츠에서는 배경음악으로 다양한 가요가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30초~1분 내외의 짧은 영상 콘텐츠를 공유하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 숏츠 등에서다. 그런데 이때 콘텐츠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노래들은 통상 원곡 템포의 25~30% 빠르게 편집되어 깔린다.

이는 SNS를 이용하는 젊은 층의 특징 때문이다. 콘텐츠를 빠르게 재생하는 데 익숙한 이들의 입맛에 맞게 콘텐츠 제작자들은 콘텐츠도, 내용도 빠르게 흘러가도록 제작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SNS 트렌드가 원곡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팝가수 사브리나 카펜터./로이터

18일(현지 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SNS의 숏폼 트렌드가 대중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숏폼 동영상의 배경음악을 위해 제작자는 원곡을 자체적으로 편집해 쓰고 있다. 과거에는 이렇게 편집된 노래들이 대중에게 익숙해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는 가수들도 있으나 SNS를 통해 소위 말하는 차트 ‘역주행(발매한 지 오래 되어 차트 밑에 있던 노래가 상위권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현상)’을 겪기도 하면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일부 대중들이나 팬들이 가수의 원곡보다 템포가 더 빠른 버전에 익숙하다는 반응까지 내놓고 있다. 이는 이들이 해당 곡을 SNS를 통해 처음 접했거나 더 많이 접하면서다. 요즘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빠르게 듣고 보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팟캐스트부터 음성메모, 심지어는 영화까지 더 짧은 시간 안에 소비하고 싶어한다.

예컨대 스포티파이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해 미국 청취자의 3분의 1 이상이 팟캐스트의 속도를 높였으며, 3분의 2는 노래를 원곡보다 더 빠르게 재생해 들었다. 스포티파이 측은 현재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원곡의 템포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리믹스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까지 연구 중이라고 BBC에 밝혔다.

디지털 대중음악 전문가인 메리 베스 레이 박사는 “틱톡 등의 숏폼 콘텐츠 플렛폼이 대중의 청취 방식을 제한하지만, 역으로 원곡의 새로운 변주를 가능하게 해준다”며 “짧은 영상은 SNS를 통해 대중이 느끼는 도파민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게 만들고, 여기에 사용된 음악에 대중들은 더 쉽게 중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연합뉴스

대중들이 원곡을 넘어서 직접 편곡된 버전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된 가수들은 이제 템포를 더 빠르게 편곡한 버전의 음원도 정식으로 발매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편곡해 다소 품질이 떨어지는 버전이 퍼지느니, 차라리 아티스트들이 직접 전문적인 리믹스 버전을 내놓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미국 가수 사브리나 카펜터다.

지난달 5월 앨범을 발매한 사브리나 카펜터는 자신의 신곡 ‘에스프레소’에 대해 여섯가지 다른 버전을 내놓았다. 에스프레소라는 특징을 살려, 원곡의 두배 빠른 템포인 ‘더블샷 버전’, 원곡보다 더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디카페인 버전’, 원곡을 5분짜리로 길게 늘려놓은 ‘에스프레소오오오오 버전’, 아카펠라 버전인 ‘모카펠라버전’ 등이다.

사브리나 카펜터 이전에도 빌리 아일리시, 서머워커 등의 가수들이 공식적으로 원곡 리믹스 버전을 공식 앨범과 함께 발매했다. 런던의 20대 한 음악 프로듀서는 “같은 노래를 빠른 버전, 느린 버전, 가사가 없는 버전 등 다양하게 듣는 걸 좋아하는데, 청중에게는 각각이 완전히 새로운 노래처럼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BBC는 “다양한 템포와 버전 덕분에 오히려 원곡의 인기가 더 높아치고,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데 유리해진다”며 “모든 가수들이 이러한 트렌드에 따르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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