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토양 족쇄 송도테마파크…경제자유구역 ‘뜬구름’ 되나
시행사 부영주택, 정화명령 미이행 기소
재판 길어져 정화 지연…시민단체 "꼼수"
인천시, 경제자유구역 지정 사업성 난제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부영주택이 추진하기로 한 인천 송도테마파크 조성 사업이 오염토양 정화 지연으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지자체가 수차례 정화명령을 내렸지만 부영주택은 법적 대응을 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모양새이다. 여기에 인천시가 땅값이 크게 오른 송도테마파크 부지 일대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뜬구름 잡기’로 개발 사업을 지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인천시, 연수구 등에 따르면 연수구는 지난 2018년 12월 동춘동 송도테마파크 부지(49만㎡) 소유자인 부영주택에 오염토양 정화명령을 내렸으나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해당 부지는 예전 송도대우자동차판매㈜가 소유했던 곳으로 토양오염이 심각하다.
부영주택이 정화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연수구는 2020년 12월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이 업체를 경찰에 고발했고 재판에 넘겨져 현재까지 소송 중이다. 2022년 11월 1심 법원은 부영주택과 대표이사 A씨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고 지난달 2심은 항소기각 판결했다. 부영주택의 상고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겨졌다.
연수구는 재판 중인 2021년 1월, 지난해 1월에도 부영주택에 2·3차 정화명령을 내렸지만 이 업체는 이행하지 않았다. 부영주택은 1·2심에서 해당 부지 매입 당시 토양오염 사실을 몰랐다며 정화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 업체는 환경영향평가협의 완료 전에 오염토양을 정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다.
부영주택은 2심 판결 이후 정화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사업 절차상 연수구의 정화명령이 맞지 않아 상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측은 부영주택의 상고가 오염토양 정화를 지연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오염토양을 정화할 것”이라며 “최근 용역업체를 선정했고 정화 설계용역이 완료되면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정화작업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화가 늦어진 것은 사내 검토와 의사결정 과정에 따른 것이지 일부러 지연시킨 것이 아니다”며 “최대한 빨리 정화작업을 하고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 추진에 사업 지연 우려
정화작업 지연으로 송도테마파크 조성이 늦춰진 가운데 인천시가 해당 부지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이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검토 대상은 송도테마파크 부지와 그 일대 옛 송도유원지(25만㎡), 대우자판 도시개발사업 부지(53만㎡), 송도석산(13만㎡), 동양화학 유수지(33만㎡) 등 230여만㎡이다. 대상 부지 전체는 땅값이 크게 올라 현재 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가 부지 전체를 매입해 조성하려면 수조원의 재원이 필요한테 시 재정상 그만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 부지를 조성한다 치더라고 비싼 땅을 살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부동산업계 등에 팽배하다.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등은 매립지로 만든 것이어서 저렴한 조성 원가로 땅을 팔 수 있었지만 송도테마파크 일원은 땅값이 비싸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 ‘뜬구름 잡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문제가 있지만 유정복 인천시장은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2022~2023년) 때 수립된 송도테마파크 일원 경제자유구역 지정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했다.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인천시가 부영주택의 사업 지연을 방관하면서 타당성이 낮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것에 시민들은 특혜로 볼 수 있다”며 “유 시장은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송도테마파크 조성이 정상적으로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측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인천경제청 소관이다”고 밝혔고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현재 송도테마파크 일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용역 중이다”고 설명했다. 인천경제청측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계획한 것은 난개발을 막고 투자유치 부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사업성은 세밀하게 검토 중이고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일 (apple2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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