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 C&C, 핵심 시스템 운영까지 ‘3개월’ 쪼개기 계약

IT 대기업으로 번져…다단계 위탁 탓

SK주식회사는 지주 회사인 SK(주)와 사업 부문인 SK(주) C&C로 나뉜다. 통상 이전 기업명인 SK C&C로 불린다. 사진 SK주식회사 누리집 갈무리.

중소 정보통신 업계 등에서의 ‘단기간 쪼개기 고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시스템통합(SI) 대기업인 에스케이 씨앤씨(SK(주)C&C·SK주식회사의 사업 부문)가 그룹 내 핵심 시스템의 운영 업무에까지 3개월 단위의 ‘하청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31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ㄱ씨는 올해 1월 에스케이텔레콤(SKT)의 통신정보 관련 프로그램의 백앤드(뒷단) 운영 업무를 하청받으면서 ‘3개월’ 단위의 계약을 요구받았다. 2021년까지만 해도 1년 단위로 맺어온 계약이 2022년 7월부터 ‘6개월 단위’로 계약 기간이 단축되더니 2023년 7월부터는 ‘3개월 단위’로 쪼그라든 데 따른 것이다.

ㄱ씨 업무는 다단계 위탁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선 에스케이텔레콤(SKT)이 과금 서비스·문자 발송 서비스 등 주요 프로그램 운영을 ‘에스케이 씨앤씨’에, 에스케이 씨앤씨는 이를 ‘하성씨앤아이’라는 회사에 맡겼다. 다시 하성씨앤아이는 이 업무를 ㄱ씨가 대표로 있는 ‘봄이시스템’에 업무를 맡겼다. 봄이시스템은 ㄱ씨 1인 기업이다.

ㄱ씨는 “하청기업(하성씨앤아이) 역시 에스케이 씨엔씨 요구로 3개월 단위 쪼개기 계약을 맺고 있다. 그 회사가 계속 계약 연장이 될 거니 걱정 말라고 해 새 프로젝트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2월 처음보는 에스케이 씨앤씨 직원이 와서 이유도 알 수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며 “이런 식의 ‘부품 노동자’ 취급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분쟁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분쟁 조정에 앞서 에스케이 씨앤씨는 조정원 쪽에 “공정위의 정보시스템 유지관리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시스템 유지관리 사업 표준계약서에도 계약기간은 정하고 있지 않다”란 내용을 담은 답변서를 보냈다. 에스케이 주식회사도 답변서를 통해 “공정위가 2012년에 소프트웨어 업종에 대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정하며 계약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하도록 했지만 이는 2019년 개정 버전에서 완전히 삭제됐다”고 밝혔다. ㄱ씨와의 다단계 쪼개기 계약이 부당하지 않다는 주장인 셈이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대기업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해야하는 개발 업무를 다단계 하청 주면서 근로 계약이 아닌 3개월 단위 ‘쪼개기 용역서비스 계약’으로 체결하는 건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려는 노골적 의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고용노동부 등 모든 부처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정보통신(IT) 뿐 아니라 다른 업계로까지 독버섯처럼 ‘쪼개기 계약’이 번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 씨앤씨 쪽은 한겨레에 “시스템 복잡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업무대상 및 범위 조정이 과거보다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3개월 단위 업무 수행 계약 체결 방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