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쌍둥이 엄마 “시부모님이 밥상 안 차려줬다고…” [e글e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쌍둥이 육아 중 시부모님 방문, 밥상 대접 못 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생후 5개월 된 쌍둥이 아이를 둔 엄마라고 밝힌 글 작성자 A 씨는 “잘 안 먹고, 잘 안자는 아기 보살핌 중이라서 새벽에 2~3번 기본으로 깨서 새벽 수유까지 하고 있고, 낮잠도 20~30분씩 쪼개서 자서 늘 잠이 부족한 상태”라고 운을 뗐다.
A 씨는 “남편 출근 배려해서 평일 새벽은 제가 무조건 맡고 있는 데다가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바로 씻기고 재우는 시간이라 아기 재우고 8시 넘어서 겨우 하루 한 끼 챙겨 먹는다”며 “ 결국 하루 종일 육아를 혼자 거의 하고 밥도 못 먹고 있으니 일주일 내내 항상 수면 부족 상태에 체력도 고갈되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남편은 회사에 다니니까 육아 참여도에 대한 불만 전혀 없다. 문제는 이번 휴가 때 친정 부모님 4일, 시부모님 3일 다녀가셨는데 시부모님이 남편한테 제가 애 키우는 거로 유세 떤다고 한 걸 알게 됐다”면서 “시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제가 이런 상황에서도 밥을 차려냈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건지 궁금해서 적어본다”며 시부모와의 일화를 전했다.
A 씨는 “친정 부모님이 먼저 오신 4일 동안 저는 늦잠도 잤고, 삼시세끼 친정엄마가 챙겨주는 밥 꼬박꼬박 챙겨 먹고, 새벽에 친정 부모님이 아기 돌봐주셔서 통잠도 잤다. 낮에도 직접적으로 육아를 도와주셔서 빈둥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시부모님이 오셨는데 그날 새벽 유난히 애기가 더 많이 보채서 밤새 잠을 못 자고 설쳤더니 아침에 기운이 없더라”고 전했다.
이어 “시부모님은 늦잠을 주무셔서 아침에 아기들이랑 방에 갇혀 나가지도 못하다가 아침 안 드신다고 저는 알아서 하라고 하시기에 샌드위치라도 시켜야겠다고 하니 같이 시켜달라고 하셔서 같이 먹었다. 드시더니 배불러서 점심 안 먹어도 되지 않냐며 저녁이나 먹자 하셔서 저는 어차피 원래 하루에 한 끼 먹는 게 습관이 돼서 그러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집에 계신 내내 시아버지는 아기 안 봐주시고 핸드폰만 보시고, 시어머니는 ‘예쁘다. 예쁘다’ 하시는데 친정 부모님처럼 육아를 도와주시는 건 아니고 그냥 아기를 쳐다보고 계셨다. 그리고 아기 낮잠 잘 때 두 분도 거실에서 낮잠 주무셔서 낮잠이 짧은 아기들이 20분 만에 방에서 깨면 또 저는 방에 갇혀서 조용히 놀아줬다. 시부모님 계실 땐 제가 혼자 아기를 돌볼 때랑 크게 다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맹세코 육아 도와주지 않으셨다는 부분에 대해선 불만 전혀 없었다. 제 애니까 제가 보는 게 당연하고 부모님들은 예쁘다 하고 봐주시기만 해도 감사한다”면서도 “근데 어쩌다가 남편이 시동생이랑 카톡 한 걸 보게 됐는데 이런 말들이 있어서 이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A 씨의 남편과 시동생의 대화에는 ‘밥도 대접 안 하고 애만 보는데 뭐가 힘들다고 유세냐. 보니까 애 씻기는 것도 네가(남편) 하던데 뭐가 힘드냐. 나는 애 키우면서 시부모한테 할 도리 다 했는데 며느리라는 애가 애만 보고 왜 아무것도 안 하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일단 친정 부모님처럼 육아라도 도와주셨으면 식사 차렸을지 모르겠는데 제 능력 부족인지 저는 쌍둥이 돌보면서 제 밥 차릴 시간도 힘도 없다. 근데 어떻게 시부모님 밥상까지 차려내나? 애초에 요즘 시대에도 대접을 바라고 애기 있는 집에 오시는 시부모님이 있나? 아직 50대 젊은 시부모님인데”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리고 쌍둥이 육아 곱하기 2가 아니라 제곱이라고 하듯 진짜 저는 나름 몸이 부서져라 쌍둥이를 돌보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아들 셋을 키우셨다. ‘나는 3명도 키웠는데 둘로 뭔 유난이냐’는 말을 매번 하신다. 남편이 동시에 2명이랑 그게 다르다고 해도 ‘뭐가 다르냐’고 하신다”고 했다.
그는 “힘듦이란 건 주관적인 거기도 하고 3명을 키우신 거 당연히 대단하다. 근데 저는 진짜 안 먹고 안자는 쌍둥이라 그런지 정말 시간도 부족하고 온몸 관절 안 아픈 곳이 없는데 시어머니는 당신께서 더 힘드셨다는 걸 매번 저한테서 인정받고 싶어 하신다. 3명 키우신 거랑 쌍둥이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각자 나름대로 고충이 있고 힘듦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A 씨는 “친정 부모님은 가실 때 혼자 애 보느라 힘들어서 어쩌느냐면서 울고 가시고, 가셔서도 저 밥 못 먹는다고 하니 바로 반찬 보내주셨는데 시부모님은 애 보는 게 유세냐고 하셨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제가 밥상 차렸어야 하는 게 정말 맞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쌍둥이 5개월이면 분유 한 아이당 밤낮 구분 없이 8번 먹어야 하는데 둘이니까 16번 먹여야 한다는 잠은커녕 화장실도 편히 못 간다”, “나도 아들 가진 부모지만 자식들 집 들락날락 어느 누가 좋아하냐?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누구를 위해 밥까지 대령하라 거냐. 무식한 시댁 부모 마인드다”, “아들 이혼당해 봐야 정신 차릴 시부모들이네. 손주들 직접 키우지도 못할 인간들이 꼭 저렇게 얘기해서 분란을 일으킨다”, “쌍둥이 육아하는 집에, 낮에 아들도 없는데, 육아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왜 거기에 며칠씩 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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