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 4강 진출… 한국어 교가 울려퍼졌다

김동현 기자 2024. 8. 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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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패배 안긴 팀 상대로 설욕
지난달 지역 대회에서 우승, 여름 고시엔 본선 티켓을 따낸 뒤 기뻐하고 있는 일본 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 야구단 선수들/요미우리신문 디지털

일본 고교야구 성지(聖地) 고시엔에 또 한국어 교가(校歌)가 울려퍼졌다. 일본 교토 히가시야마구 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는 19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준준결승에서 지벤가쿠엔고에 4대0 완봉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나자 관례대로 승리 고교 교가가 장내에 흘렀고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고 시작하는 교토국제고 교가를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함께 들었다. 이번 대회는 아사히신문이 주최했고 아사히 산하 ABC방송과 공영방송 NHK가 중계했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교장으로서 야구를 통해 (재일) 동포 사회가 하나되는 계기를 만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첫 출전이던 2021년에 예상을 뒤엎고 준결승까지 오르면서 일본 전역에 화제를 뿌렸다. 당시 준결승에서 교토국제고를 멈춰 세운 게 바로 지벤가쿠엔고(3대1 석패). 이날 복수전에 성공한 셈이다.

교토국제고 승리 선봉은 좌완 선발 투수 2학년 니시무라 잇키(西村一毅·17). 지난 14일 본선 2차전에서 니가타산업대부속고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그는 이날 경기에서도 130㎞ 중반 직구를 구석구석 꽂으며 상대 타자들을 틀어막았다. 118구 5피안타 완봉승. 두 경기 연속 완봉승이다.

니시무라는 타자로도 활약했다. 0-0으로 맞서던 4회 말 교토국제고가 적시타로 선제점을 올리자 타석에 선 니시무라가 2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로 추가점을 보탰다. 교토국제고는 5회와 7회에 안타와 상대 실책 등으로 점수를 더 내면서 지벤가쿠엔고 추격 의지를 꺾었다. 니시무라는 “선배들이 따낸 점수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지벤가쿠엔과 리벤지 매치였기 때문에 절대 져선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이로써 여름 고시엔 본선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와 3경기 연속 완봉승이란 진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17일 16강전에서도 좌완 투수 나카자키 루이(18)가 14탈삼진 완봉승했다. 교토국제고는 하루 휴식을 갖고 오는 21일 준결승을 치른다. 올해는 고시엔 구장이 개장한 지 100주년 된 해. 우승 의미가 남다른 시기다.

현지에서는 교토국제고를 이끄는 고마키 노리츠구(41) 감독 지도력도 화제에 올랐다. 그는 교토세이쇼고 출신으로 공교롭게 고교 시절인 1999년 지역 대회에서 만난 교토국제고에 34대0 압승을 거둘 때 선수로 뛰었다. 교토국제고 창단 첫해였다. 고마키는 고교 졸업 후 지인 소개로 교토국제고 야구부 코치로 일하게 됐고, 당시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갑작스레 사임하며 2008년 스물네 살에 감독직을 맡았다. 선수들 절반 이상이 한국어밖에 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손짓발짓을 써가며 지도했다고 한다. ‘야구를 잘하려면 인품도 좋아야 한다’는 신조 아래 선수단을 엄격하게 관리했고 ‘가르치는 법은 하나가 아니다’라며 개별 선수마다 맞춤형 훈련법을 개발했다. 그의 지도 아래 교토국제고는 지난해 가을까지 5년 연속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선발 선수를 배출할 정도로 ‘야구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한국 프로야구 두산에서도 뛰었던 신성현, 일본 프로야구 현역 소네 가이세이와 시미즈 리쿠야 등이 고교 시절 그의 손을 거쳤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교포 단체가 세운 민족 교육 학교 교토조선중 후신(後身)이다.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재편해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로부터도 정식 학교로 인가를 받아 지금의 교토국제중·고교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는 전체 학생 90%가 일본인이다. 남학생은 주로 야구부를 동경해서, 여학생은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입학을 결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4강행을 이룬 야구단도 전원 일본 선수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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