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강간살해’에 분노한 인도…진료 중단·항의 시위 이어져
인도에서 한 수련의가 병원에서 쪽잠을 자던 중 강간 살해된 이후 항의 시위와 연대 의료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인들은 의료기관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18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HT)·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도 의료기관 내 안전을 요구하는 의료인과 이에 연대하는 시민 수천명이 인도 콜카타에서 “정의를 원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콜카타뿐만 아니라 수도 뉴델리, 찬디가르, 펀자브, 벵갈루루 등 인도 곳곳에서 연대 시위가 일어났다.
일부 의사들은 병원을 관뒀으며, 여러 병원은 비응급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파업을 벌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주에서도 국립병원 수련의 6000명 이상이 3일째 비응급 진료 거부를 이어갔다. 인도 최고 수준 의료기관으로 꼽히는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도 지난 12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동참했다. 외래진료가 중단되며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HT는 전했다. AIIMS 소속 레지던트의사연합은 응급 진료와 중환자실을 제외하고 항의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인도 콜카타의 국립 RG 카르 의과대학 병원 내에서 30시간 이상 마라톤 근무를 마치고 잠들었던 31세 여성 수련의가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해당 병원 의사들이 휴식 공간으로도 이용하는 세미나실 카펫 위에서 잠을 청했다고 알려졌다. 부검 결과 피해자는 성폭행을 당한 데 이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의 자원봉사자였던 한 남성이 용의자로 체포됐으며, 인도 수사 당국은 공범이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도에선 의료인 휴식 시설도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병원 내 안전 문제를 개선하라는 시위가 번졌다. 병원 내 안전한 휴게 공간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오래 전부터 이어졌으나, 이를 외면하다 결국 참변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의료인 단체는 병원 내 의료인 안전 강화를 위한 법을 제정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인도의사협회(IMA)는 모디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사의 60%가 여성이므로 공항과 유사한 보안 정책으로 의료진을 보호해 달라”고 전했다. IMA 관계자는 “정부가 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 조치를 결정할 것이다. 이번에는 응급 진료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의사들에게 업무 복귀를 요청하는 한편 의료종사자 보호 방안을 위한 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한편 이번 사건의 수사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피해자가 발견된 이후 그의 가족들이 그가 ‘아프다’,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점도 비판을 키웠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먼저 병원에서 딸이 아프다는 전화를 받았고 그 후 딸이 자살했다고 들었다. 병원 도착 후 딸을 보니 보기만 해도 살해당한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국은 범인들이 가능한 한 빨리 체포될 것이라고 했지만 여태까지 단 한 명만 붙잡혔다. 병원 관계자들이 더 많이 연루돼 있으리라 확신한다. 아무도 우리처럼 자식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이 사건이 자살로 선언됐다는 점과 피해자의 부모가 괴롭힘을 당한 방식에 말문이 막힌다. 이번 범죄는 모든 여성들에게 자신을 위해 싸우라는 메시지”라고 HT에 밝혔다. 전인도 레지던트 및 주니어 의사 합동 포럼은 지난 17일 당국이 72시간 내로 철저한 조사와 체포를 하지 않는다면 전국적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선포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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