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권율, "입체적인 악역이어서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박태진이라는 악역 캐릭터를 맡아 감정적, 이미지 소모도 있었지만, 입체적인 악역이어서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배우 권율은 SBS 드라마 ‘커넥션’과 JTBC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로 악역과 선역을 넘나드는 열연을 펼친 바 있다. 최근 종영한 금토드라마 ‘커넥션’에서는 이너써클 브레인이자 욕망에 눈이 먼 안현지청 박태진 검사를 맡아 변질된 우정의 결말을 잘 보여주었다.
스스로 박태진을 '나쁜 짓의 치밀한 설계자'라고 규정한 권율은 "범죄 양형으로 보면 연쇄살인마가 더 심한데, 박태진은 불륜에 마약, 살인교사도 있어 더욱더 입체적인 악역인 것 같다"고 했다.
권율이 '커넥션'에 참가하면서 느끼게 되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봤다.
"이 작품은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우정은 가족보다는 멀고, 남보다는 가까운 '회색지대'에 있다. 태진은 이런 회색 상황을 어떻게 끌고와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지를 생각하는 캐릭터다. 회색을 입맛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고 생각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이득을 나눈다. 원 회장의 아들인 원종수(김경남 역)와도 이해관계에 엮여있었다고 본다. 감독님의 인터뷰에서 '커넥션'이 우정회색지대가 아닌 소중한 지점을 지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인터뷰한 걸 인상적으로 봤다."
박태진이 우정을 회색지대에 놓여있는 이해관계로 파악했다면, 박태진은 과연 어떤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할까? 권율은 "박태진은 이해관계 없이 절대 접근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이해관계로 움직인다. 순간적으로 우정은 있지만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정을 저버릴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박태진은 살해당하는 친구 준서(윤나무)의 아내인 지연(정유민)과는 불륜 관계다. 막장 중의 막장이다. 하지만 권율은 "제작진도 '이거 찐사랑이야?'라고 물어봤다. 태진은 오리무중 캐릭터다.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로 바라보지 않는다. 순간 진실은 지연을 사랑할 수 있겠지만 회색지대 라인을 타면서 이뤄진 사랑이다"고 말했다.
"태진은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너서클내에서는 누군가의 헤게모니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태진은 눈치를 보고, 관계성, 약점을 잘 건드린다. 나에게 헤게모니가 오게 만들도록 집중하며 연기했다."
이 정도 설명을 들으면 태진은 매우 이상하고 어려운 인간이다. 하지만 권율은 인물관계를 심플하게 바라보고 연기했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은 가차없이 쳐낸다.
"태진은 치현(차엽)을 친구로 생각하지만 나(태진)보다 계급이 떨어진다. 치현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친구인가만 생각한다. 치현이 나를 우정으로 생각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치현을 강제적으로 움직이는 힘도 세팅해놨다. 나 아니면 직장을 잃게 만든다. 태진은 그런 인간이다."
권율은 '회색지대'에 대해 감독과 많은 소통을 하면서 캐릭터 톤을 잡아나갔지만, 명확한 해답은 못내렸다고 했다. 태진은 신념을 가지고 움직일 뿐이지 선택순간에는 왔다갔다 오락가락할 수 있는 인간이다. 이게 오히려 태진 캐릭터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그런 태진이 12부 엔딩신에서 기자인 윤진(전미도)에게 풀싸대기를 맞고 휘청거린다.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권율은 "내가 시원하게 맞아야 한다. 대리만족 신이어서 전미도와 연습을 많이 했다. 휘청하는 임팩트를 주고싶었다. 시청자에게는 사이다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진이 친구인 정상의(박근록)에게 총을 맞아 죽는 신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박태진에게는 총 맞는 신이 이 드라마의 엔딩신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박태진은 그전까지 원창호 회장(문성근) 집에서 거래를 하고, 거칠 게 없었다. 재경(지성) 등 공권력도 묶어놓았다고 생각했다. 찰라의 교만함, 일련의 성공에 도취해 평소보다 오버페이스를 하다 한 방에 쓰러지는 죽음이다. 한마디로 허무함을 보여주려고 했다."
권율은 이렇게 감정소모가 큰 박태진을 능청맞게 연기했다. 그에게는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소화할 수 있겠다는 든듬함 같은 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면서 무거운 짐을 함께 옮겼다는 특별경험을 한 것 같다. 지성 선배가 솔선수범하면서 '원팀' 분위기를 경험하게 한 것이 배우 인생으로도 감명이 깊다. 목표 설정을 지성 선배가 하면 나는 긴장된 상황을 농으로 부드럽게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여러 포지션의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는 경험을 했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권율은 "일희일비 하거나 도취되지 않고, 스스로 찾아가는 배우가 되고싶다"면서 노마드 같은 배우 생활을 언급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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