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실적에 바로 반영한 쿠팡, "美 상장사 회계처리 스탠다드 따른 것"
19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8분기 만에 영업손실 342억원(2500만달러)을 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첫 10조원대를 기록했지만 분기 영업손실을 내면서 더욱 주목 받았다. 쿠팡은 "파패치 영업손실과 한국 공정위 조사로 부과될 과징금 추정치인 1억2100만달러(약 1628억원)가 실적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쿠팡의 과징금 실적 반영에 대해 산업계 일각에선 "아직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았는데 왜 미리 반영했냐"는 궁금증이 제기됐다. 고의적으로 적자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미국 회계기준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생긴 추측"으로 보고 있따. 쿠팡은 비용이나 손실의 발생 시점 기준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미국 회계기준(US GAPP)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방침을 준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SEC에 실적을 보고하는 기업들은 미국 회계기준을 제정한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가 안내하고 있는 '우발부채' 인식 기준을 따른다. FASB는 "우발부채 등 손실이 발생해 합리적으로 추정이 가능할 경우 발표가 예정된 실적에 바로 반영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 FASB는 "손실액수가 작은 금이면 몰라도 합리적으로 추산이 가능한다면 발생 손실 반영은 지연되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 지출은 없어도 비용이 발생한 시점에 실적에 반영하는 '발생주의' 회계처리 방식이다. 돈이 나가면 회계처리하는 방식인'현금주의'와 다르다.
공정위는 지난 6월 13일 쿠팡과 씨피엘비의 고객유인 행위 사건으로 과징금 1400억원을 잠정 부과했다. 그리고 추가 과징금은 2023년 8월부터 올해 6월 5일의 위반행위 상품 매출액으로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미 1400억원 과징금이 발표된 상황에서 조사를 받아온 쿠팡이 추가기간 만큼 최종 과징금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회계기준을 철저히 준수한 셈"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통상 공정위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납부하고, 추후 행정소송(2심)을 통해 무죄를 입증할 경우 이를 돌려받는다. 쿠팡은 지난 6월 공정위 제재 발표에 "행정소송을 통해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요 글로벌 상장 기업들도 쿠팡처럼 과징금을 회계상 선반영한다. 지난 2018년 7월 18일 유럽연합(EU)이 구글에 스마트폰 구글 앱 강제 설치 등 불공정 남용 행위로 43억4000만(51억달러)의 과징금을 매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구글은 EU 발표 5일 만에 실적에 과징금을 반영했다. 과징금 선반영으로 순이익 규모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억달러 줄어든 33억달러였다. 구글은 당시 공시를 통해 "과징금 납부 기한은 10월까지지만, 실적 마감인 6월 말 기준으로 과징금 발생분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회계업계에서는 발생주의 회계처리 방식이 기업 재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은 손실 반영으로 인한 기업의 명확한 재정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기업은 손실을 그때그때 털고 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구글은 과징금을 선반영한= 지난 2018년 "규제 이슈 마무리로 다시 사업 정상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산을 운용하는 국내외 정부부처에서도 발생주의 원칙을 따르는 추세"라며 "제때 손실분을 투명하게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은 주주와 소비자의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경영활동"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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