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울대생 엄마’ 스티커 인권위로...시민단체 “천박한 발상”

김명진 기자 2024. 8. 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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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발전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2000부 이상 찍어낸 차량용 스티커. 서울대 로고와 함께 ‘프라우드 패밀리’ ‘프라우드 페어런트’ ‘아임 맘’ ‘아임 대드’ 등 문구가 영어로 적혀 있다. /서울대학교발전재단

서울대 공식 모금 기관인 서울대발전재단이 ‘서울대생 가족’이라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는 차량 스티커를 배포한 것과 관련해, 한 시민단체가 “천박한 발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시민모임)은 19일 “이번 굿즈(기념품)는 입시 성공의 정점으로 치부되는 서울대 로고를 활용해, 그 보호자에게 ‘자식의 입시 성공은 부모의 업적임을 마음껏 과시하라’고 부추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민모임은 “학벌주의에 찌든 사회에서는 특정 시기에 선점한 대학 이름으로 사회적 신분이 결정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능력과 노력보다 특권과 차별이 일상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그간 인권위원회는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행태에 엄중하게 대처해 왔다”고 했다.

시민모임은 “대표적으로 한때 ‘특정 대학 합격 현수막 게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정 대학 외의 학교에 진학하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 학부모 등에게 소외감을 주는 등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고 했다.

시민모임은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세대별로 살펴본 교육 인식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가운데 대학 서열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은 학력에 대한 차별보다 일류대, 명문대를 중심으로 한 학벌에 따른 차별 인식은 점차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시민모임은 그러면서 “우리 단체는 사려 깊지 못한 사업으로 논란을 자초한 서울대에 유감을 표하는 한편, 이와 같은 행태에 경계를 세우고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다”고 했다.

앞서 서울대발전재단은 온라인 홍보 페이지(www.snu.or.kr/family)에서 “서울대발전재단에서 서울대 가족분들께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소식을 안내해 드린다”며 “아래 신청하기 버튼을 통해 정보를 입력해 주시면 SNU Family 스티커를 보내드린다”고 안내했다.

신청자는 서울대생 가족임을 인증하기 위해 부모와 자녀의 이름, 자녀의 입학연도, 학과명과 연락처, 주소, 이메일 주소 등을 입력해야 한다. 신청하면 재단 측에서는 기념품으로 차량 스티커를 증정한다. 이 차량 스티커는 서울대 로고와 함께 영어로 ‘자랑스러운 가족’ ‘자랑스러운 부모’ ‘난 (서울대) 엄마야’ ‘난 (서울대) 아빠야’ 같은 문구가 적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부모들에게 ‘자녀 키워서 서울대 보내느라 고생하셨고, 또 감사하다’는 뜻이 담긴 기념품”이라며 “미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유명 대학에서도 이 같은 스티커를 만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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