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신화'로 이끈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양궁 신화 뒤에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대담·혁신·포용성으로 한국 양궁 이끌어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이 파리올림픽에서 거둔 한국 양궁 신화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정주영 선대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구축한 양궁 발전 기반을 고도화시켜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스포츠 환경의 변화에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 전략으로 접근했다는 평가다.
스포츠와 경영학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보여준 리더십의 핵심 요소로 대담성·혁신성·포용성 등 3가지를 꼽는다. 먼저 정 회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 시스템과 운영 원칙을 계승·발전시켰다.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오랜 기간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대한양궁협회은 지연·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다. 국가대표도 이전의 성적은 배제되고 철저하게 현재의 경쟁을 통해서만 선정된다. 국가대표가 되려면 3차례에 걸친 선발전과 2차례의 평가전을 거친다. 과녁에 최종적으로 꽂힌 점수만 기준이 된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김우진 선수는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를 묻는 외국 기자에게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공정하고 깨끗한 양궁협회,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지원해주는 정의선 회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실업팀까지 모든 선수들이 계속 운동하며 나아갈 수 있는 체계가 확실히 잡혀 있다"며 "공정한 협회가 있어 항상 모든 선수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무엇보다 협회장께서 한국 양궁이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위상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지원하며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양궁의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양궁이 올림픽의 대표적인 금메달 획득 종목에서 더 나아가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정 회장이 "우리 양궁이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이 끝난 직후 정 회장은 한가지 제안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수들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지 검토하자는 것이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즉시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센터를 주축으로 양궁협회와 함께 기술 지원방안을 협의해나갔다. 그렇게 해서 현대차그룹은 2016년 리우올림픽을 위해 기술 지원을 하게 됐고, 전 종목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후 대회 때마다 새로운 훈련 장비와 기술들을 적용했고, 이번 파리올림픽을 위해서는 개인 훈련을 도와주는 로봇을 비롯해 기존 기술은 개선하고 보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장비 등을 지원했다.
실전에서 겪을 다양한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훈련법을 도입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정 회장이 지금도 강조하는,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누구보다 먼저 준비하는 '미리미리'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각 대회별로 경기 방식은 물론 개최국의 환경 조건을 미리 분석하고 예측해 사전 준비하는 철저함도 한몫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의 경우 섬나라 특성상 거센 바람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선발전을 남해에서 시행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결승이 펼쳐지는 일몰 시간대의 리우 양궁장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관중이 가득 찬 야구장에서 라이트를 켜고 실전연습을 했다.
도쿄올림픽를 앞두고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 대회 경험을 할 수 없게 되자 4차례에 걸친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위해서도 센강의 거센 강바람이라는 변수를 미리 경험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환경적응 훈련을 시행했다.
파리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남녀 선수들은 한결같이 정의선 회장을 언급했다.
임시현 선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정의선 회장님이다"며 "정의선 회장님이 많은 지원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회장님이 저희에게 너무 고생 많았다고 말씀하시며 격려해 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우진 선수도 "정의선 회장님이 머리는 비우고 시합은 즐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즐겼다"고 말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의선 회장 특유의 리더십에 수차례 감동했다"며 "정의선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내가 업혀간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양궁협회와 국가대표 선수단이 정의선 회장의 꼼꼼한 준비와 정성 덕분에 성적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현장을 중시한다. 양궁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요 국제 대회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격려한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주요한 국제대회는 모두 참석했다. 말이 아니라 실천적 리더십으로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리대회에서도 남자 단체전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정 회장은 긴장한 선수들에게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팀 응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느냐. 주눅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 우리 선수들 실력이 더 뛰어나니 집중력만 유지하자"며 선수들을 격려한 일화가 전해진다.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양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양궁인들과도 정 회장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지난해 한국 양궁 60주년을 맞이했을 때 정 회장은 "운동장의 빛이 안 드는 곳에 계신 분까지 모두 챙기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양궁협회는 경기·지도·행정·양궁저변확대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여한 분들을 찾아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의 발전이라는 협회장의 명확한 비전에 대한 공감대와 현장과 협회 간 역할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파리올림픽 전 종목 석권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며 "협회도 정의선 회장의 진심, 철학, 원칙들이 왜곡없이 온전히 현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열린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정 회장은 새로운 비전을 밝혔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혁신에 앞장서며, 양궁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하고 실천하자"는 것이다. 대한양궁협회는 이를 기반으로 '모두가 즐겁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양궁 문화 구축'을 지향점으로 'Aim Higher, Shoot Together'(더 높은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쏘는 화살)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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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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