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금리 계속 올릴 듯”… ‘주가 대폭락’ 재연될까?
“엔·달러 환율은 130엔대 전망”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내년 중순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0.25%에서 최대 1%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줄면서 한 때 1달러당 162엔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도 130엔대에서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계 다이와증권코리아의 정인석 FICC(채권·외환·상품)본부장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과 일본의 주가 대폭락 원인 중 20~30%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1990년 채권트레이더로 금융계 생활을 시작한 뒤 크레디트스위스은행, 도이체방크 등을 거쳐 2010년부터 15년째 다이와증권코리아의 FICC본부장을 맡아 채권·외환 거래를 총괄하고 있다.
―금융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나?
“시장이 매우 혼란스럽다. 추세가 바뀌는지 눈여겨봐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 5일 하루 동안 일본 주가가 12.4%, 한국 주가가 8.8%나 폭락한 사태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나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보기 힘든 굉장히 큰 변동성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외환위기 때에는 국가부도 가능성과 시스템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폭발력이 큰 금융파생상품이 만연해 거래 상대방이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불안감이 컸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주가 대폭락 원인은?
“첫째, 미국의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경기침체가 임박하지 않았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둘째, 일본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올리자, 그동안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이 엔캐리 투자를 청산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시장에 퍼졌다. 셋째, 중동에서 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악재가 겹쳤다. 중동 전쟁은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며 금리 인하에 걸림돌이 된다.”
―3가지 요인이 주가 폭락에 미친 비중은?
“미국경제 60%, 일본 금리인상 30%, 중동 전쟁 10% 정도라고 본다.”
―미국 변수는 어떻게 움직일까?
“미국의 고용지표를 보면 경기 위축이 시작되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 된다는 전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주가가 하루에 10%씩 빠진다고 해서 연준이 예정에 없던 긴급 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대폭 내릴 상황 같지는 않다. 주식과 채권 등 자산가격 안정을 위해 긴급회의까지 하며 금리를 내리면 시장이 경제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주가가 오히려 더 하락할 수 있다. 연준은 말과 달리 선제적 조치를 하기 쉽지 않은 반면, 시장은 연준의 조치에 앞서 반응한다. 이 때문에 당분간 연준과 시장의 힘겨루기 속에서 최근의 주가 폭락 사태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며 자산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대선도 장기국채 금리를 움직이는 중요한 변수여서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일본 엔화의 움직임은?
“엔·달러 환율은 최고 1달러당 162엔까지 갔다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153엔까지 하락했다. 이후 주가 폭락 사태가 겹치며 142엔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13% 정도 낮다. 엔·달러 환율의 변화는 일본과 미국 간의 금리 격차로 설명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당시인 2021년 일본의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0.1%,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였다. 격차가 0.35%포인트이다. 이후 일본이 금리를 0.1%로, 미국이 5.5%로 올리면서 격차가 5.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그 결과 엔·달러 환율이 2021년 103엔에서 최근 162엔까지 치솟았다. 이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엔·달러 환율은 하락)가 된다. 정상적인 현상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엔화 환율은 얼마까지 내릴까?
“일본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0.25%인 기준금리가 내년 중반까지는 최대 1%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또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격차가 한 때 4%포인트까지 벌어졌으나 현재 3%포인트로 많이 하락했고, 앞으로 2~3%포인트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근거에서 현재 1달러당 140엔대인 환율이 130엔대에서 정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퍼져 있다.”
―엔캐리 투자의 청산이 계속 일어날까?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 등에 투자했던 엔캐리 투자 청산이 늘어날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엔화 강세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엔화 선물환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엔화 강세(엔화 환율 하락)를 가속시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일본 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한 엔캐리 자금의 규모는 1조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가 인상되었다고 해도 아직은 낮은 수준이어서 1조달러 가운데 청산되는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 조정이 완만하게 진행되면 환율도 완만하게 움직이며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이번과 같이 갑작스럽게 금리 인상이 결정되고 다른 요소와 겹치면 상당한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 채권시장 전망은?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도 8월이나 10월에 0.25%포인트 정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이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내년 초에 2.5%까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단기국채 금리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미리 반영해 7~8월에 많이 내렸다.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으므로 추가로 큰 폭의 하락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나?
“지금은 매우 조심해야할 시기이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의 대선 결과가 나오는 직후까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현금을 보유하고 지켜보라고 권하고 싶다. 꼭 투자를 하려면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전한 채권을 고려할만 하다. 경기가 정말 안좋아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대폭 내릴 것이니 채권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손실 없이 다시 다른 투자 자산으로 옮길 수 있으므로, 유동성(자금흐름)이 풍부한 국채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외화채권 투자를 고려한다면 엔화가 좀 더 강세로 갈 수 있으므로 일본의 단기 국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금리가 저점 대비 많이 오르고 금리 곡선이 가파르게 형성되어 있는 일본 장기 국채도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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