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타자 7탈삼진’ 인생투... ‘최강야구’ 출신 정현수, 불펜 가뭄 롯데의 구세주 될까

배준용 기자 2024. 8. 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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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기 커브·슬라이더로 키움전 완벽투...프로데뷔 후 첫 홀드

지난 18일 부산 사직 야구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롯데와 키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4-4로 맞선 연장 10회말 롯데 주장 전준우가 선두 타자로 나서 초구를 그대로 받아친 공이 좌중간 담장을 넘기며 5대4 짜릿한 연장 끝내기 승리, 키움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확보했다.

롯데 정현수.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하지만 이날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3회초 구원 등판해 6회까지 ‘인생투’를 던진 신인 투수 정현수(23)였다. 롯데가 4-3으로 앞선 3회초 롯데 선발 이민석이 연달아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롯데 더그아웃은 이민석을 조기에 내리고 정현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때부터 정현수의 ‘탈삼진 쇼’가 시작됐다. 자로 재어 던지는 듯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와 커브에 키움 타자들은 연신 헛스윙을 했다. 정현수는 3회초 1사 1,2루에서 변상권과 원성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실점 위기를 막아낸 뒤 4회초 선두 타자 이승원을 헛스윙 삼진, 김건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4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5회초 선두타자 이주형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리는 듯 했지만 김혜성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낸 뒤 송성문을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 최주환까지 1루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6회초 다시 변상권과 원성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정현수는 사직 홈 관중의 열광적인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3과3분의1이닝 11타자 중 7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실점.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가 동점 홈런을 내주며 데뷔 첫 승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데뷔 후 첫 홀드라는 값진 기록을 얻었다.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지명된 정현수.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정현수는 여느 신인과 조금 다르다. 송원대 소속으로 작년 인기 야구 예능 ‘최강야구’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날카로운 커브와 슬라이더를 뽐내며 이미 얼굴을 알렸다. 2024 드래프트(2라운드 13번)로 롯데에 입단해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올 시즌 주로 2군에 머물며 기회가 날 때 1군에 콜업됐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4월 프로 데뷔 첫 등판이었던 삼성전에서는 1볼넷 1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고, 지난 6월 키움에서 생애 첫 선발 등판했지만 2와3분의 1이닝동안 볼넷 4개를 허용하며 3피안타 1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7월에도 두 차례 구원 등판했지만 ‘최강야구’에서 보이던 예리한 투구 내용은 좀 처럼 나오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 자책점은 6점대.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정현수를 다시 2군에 보내며 “아직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한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달랐다. 포심 패스트볼은 최고 143km, 최저 139km로 방송 출연 때보다 구속이 확연히 빨라졌다. 주특기인 커브를 11개, 슬라이더를 19개 던졌는데 모두 절묘하게 꺾이며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피해가거나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꽂혔다. 이날 던진 48개의 공 중 36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변화구 제구를 저렇게 완벽하게 할 수 있느냐”는 감탄이 나왔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경기 초반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해 3이닝 이상 잘 던져준 정현수 선수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수의 호투는 시즌 막판 가을 야구 진입을 노리는 롯데에게 가뭄에 단비다. 8월 들어 12경기에서 9승을 거두는 맹렬한 기세의 롯데의 고민은 여전히 불펜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현수가 호투를 계속 펼칠 수 있다면 중위권 진입을 노리는 롯데에겐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올해 입단해 한화에서 활약 중인 내야수 황영묵.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최강야구’ 신화는 역시나 시즌 막판 가을야구 입성을 꿈꾸는 한화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바로 한화 내야수 황영묵(25). 충훈고 출신인 황영묵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뛰다 ‘최강야구’ 멤버로 선발되면서 뒤늦게 야구 팬과 관계자들에게 실력을 알렸고, 2024 드래프트에서 한화에 지명을 받아 뒤늦게 프로 데뷔의 꿈을 이루는 ‘독립야구의 신화’를 썼다. 올 시즌 한화에 들어오자마자 선두 타자에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며 93경기에서 타율 0.303 3홈런 31타점을 기록 중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강야구 출신들이 프로야구 흥행과 새로운 야구 팬 유입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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