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좀 내려라, 나라도 안 간다"…배우 최민식 '작심 비판'
"극장 값 갑자기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가"
배우 최민식이 최근 영화관이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갑작스럽게 인상한 티켓값이 있다고 짚으면서 가격 인하를 공개 요구해 화제다.
최민식은 지난 17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등장으로 영화 산업이 위기라는 한 시민의 말에 "(환경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세상을 탓해봤자 어쩌겠나. (대중이) 짧고 자극적이며 말초적인 콘텐츠에 중독돼가는 건 분명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민식은 이어 영화 산업의 핵심인 극장을 정조준했다. 그는 "지금 극장 값도 많이 오르지 않았나. 좀 내려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그렇게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며 "지금 (영화 티켓값이) 1만5000원(금요일 포함 주말 기준)인데, 스트리밍 서비스로 앉아서 여러 개를 보지, 발품 팔아서 (영화관을 찾겠나)"라고 말했다.
최민식은 "팝콘에 커피, 끝나고 술이라도 한잔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면 벌써 10만원이 날아간다"며 "지금 이 사람들(극장 산업)도 코로나 때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라 심정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부담되는 가격은 맞다"고 강조했다.
영화 산업이 OTT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콘텐츠의 문제다. 만드는 사람들이 잘 만들어야 한다. 관객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기획하자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자고 만든 게 '파묘'"라며 "(관객들이) 이런 거를 좋아하실 거라고 해서 되는 거 별로 못 봤다. 시스템에 대한 개선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사람들이 내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을 위해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영화라는 매체가 돈이 많이 들어간다. 몇백억씩 들어간다. 내가 투자자라도 어떻게 본전 생각을 안 할 수 있겠냐"면서도 "아무리 어려워도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작가 정신이 살아야 한다"고 창작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극장 전체 매출액은 6103억원, 관객 수는 6293만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24억원), 7.8%(454만명) 증가한 성적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7~2019년 상반기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해당 기간 상반기 평균 매출액은 8390억원, 평균 관객 수는 1억99만명이었다.
올해 상반기 평균 영화 관람 요금은 9698원으로, 3년 만에 1만원 밑으로 내려왔다고 영진위는 밝혔다. 평균 영화 관람 요금이 1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상반기(1만77원)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맥스와 스크린X 등 티켓이 높은 특수 상영관 매출이 저조했던 영향을 받았다. 영진위는 특수 상영관을 중심으로 흥행을 이어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부진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편, 멀티플렉스(대형 영화관)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2019년 주말 기준 최대 1만2000원이던 티켓값을 2020~2022년 세 차례에 걸쳐 최대 1만5000원까지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멀티플렉스 3사를 티켓값 담합과 폭리 혐의로 신고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3사 영화 티켓값이 코로나 이후 단기간에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일제히 인상된 것은 담합에 의한 결과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영화관 연합 단체인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협회는 "푯값(티켓값)은 철저히 각 사업자의 경영 판단하에 이뤄지며, 관람권 가격이 비슷한 것은 사업적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며 "영화산업은 호황기였던 팬데믹 이전에 비해 60%가량만 회복했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거나 투자받지 못하는 영화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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