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소노 2세, ‘13년’ 기다린 티웨이항공 접수?…경영권 분쟁 씨앗
“경영권 관심 없다” 숨고르기?…넉넉지 않은 실탄이 변수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경영권에 바짝 다가섰다. 최대주주인 예림당과의 지분율이 3%대 이하로 줄어들면서다. 항공업 진출은 대명소노그룹을 이끌고 있는 서준혁 회장의 오랜 숙원이다. 지난해 회장 취임 이후 진행한 다수의 호텔·리조트 인수 역시 항공업과의 시너지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현재 예림당 측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는 가운데 경영권 사수 의사를 드러낼 경우 지분 확보 싸움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13년 전 고배 마신 사업, 두번의 실패는 없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은 현재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확보했다. 8월1일 대명소노그룹의 계열사 대명소노시즌과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은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티웨이항공 지분을 각각 2154만 주(10.0%), 403만 주(1.87%) 매수했다. 앞서 6월28일 소노인터내셔널은 1056억원을 들여 JKL파트너스의 티웨이항공 주식 3209만 주(14.90%)를 사들인 바 있다. 이번 지분 확보에 투입한 자금은 총 1897억원이다. 앞서 JKL파트너스는 2021년과 2022년 1017억원을 투자해 티웨이항공 2대주주에 오른바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두 달 새 공격적인 매수를 통해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손에 쥐었다. 현재 최대주주인 예림당 및 티웨이홀딩스 등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은 29.99%다. 두 회사의 지분율 차이가 3%대 이하로 좁혀지자 경영권의 향방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지분 확보 이후 소노인터내셔널과 대명소노시즌은 각각 공시를 통해 취득목적을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이라 밝혔다. 다만 티웨이항공 공시에선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적법한 절차에 의해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예정"이라며 보유 목적을 밝혔다. 이사회 구성이나 회사 경영 등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대명소노그룹과 티웨이항공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3월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 대표이사에 오른 서준혁 현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은 그해 11월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서 회장은 창업주 고(故) 서홍송 회장의 장남이다. 저가항공사 인수는 당시 대명그룹 신사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수 가격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이듬해 2월 티웨이항공 인수는 물론 항공사업 진출도 포기했다. 이후 2012년 12월 당시 3대주주였던 예림당은 티웨이항공 지분 52%를 50억원에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1월 부회장에서 승진한 서 회장에게 다시 항공업에 진출할 기회가 생겼다. 올해 초 예림당이 티웨이항공 지분 확대를 포기하면서 JKL파트너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 창구로 대명소노그룹을 택한 것이다. 미국, 프랑스 등의 호텔·리조트를 인수하며 해외로의 사업 확장을 시도 중인 대명소노 입장에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옵션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오너 2세가 계열사 대표이사 취임 이후 도전했던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뒤 다시 경영권 확보 목전까지 오게 된 셈이다.
물론 상황은 녹록치 않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인해 유럽 4개 노선(파리·바르셀로나·로마·프랑크푸르트)을 이관 받았다. 합병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그러나 추가 기재 도입은 물론 이에 수반하는 정비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아울러 지연사고가 번번이 발생하는 등 안전 관리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어 관련 투자도 절실한 상태다. 티웨이항공의 올해 안전지출 비용은 경쟁사인 제주항공(3240억원)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업계에선 JKL파트너스의 엑시트 시점이 다가오면서 안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와 내년 각각 5700억원과 6000억원의 안전 투자 금액(항공기 교체 비용 포함)을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 집행이 필요한 상태다.
이에 더해 LCC 업계 판도도 요동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이들 산하 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초대형 LCC로의 통합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제주항공은 지분 매각이 거론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까지 눈독 들이고 있다. 저마다 덩치 키우기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콜옵션 포기한 채 이사회 입성…지분 매각 레버리지?
현재 대명소노 측은 대외적으로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토록 원했던 항공업 진출을 위해 2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한 상황에서 나온 입장이라고 하기엔 소극적인 모습이다. 업계에선 상대방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등기 임원이었던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은 올해 3월 사내이사로 이사진에 합류했다. 나 부회장은 예림당 창업주 나춘호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예림당과 티웨이항공 모회사 티웨이홀딩스의 사내이사다. 하지만 시점으로 보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림당 측은 올해 2월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중 30% 이내 매수할 권리(콜옵션)를 포기했다. 경영권을 공고히 할 기회를 스스로 접은 셈이다. 동시에 전문 경영인에 맡겨왔던 티웨이항공 경영에 나 부회장이 참여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예림당이 JKL파트너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의향을 알면서도 콜옵션을 포기한 것은 지분매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라면서 "나 부회장의 이사회 합류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레버리지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예림당 입장에서도 엑시트한다면 유럽 노선 확대 등으로 성장 기대감이 큰 지금 시기가 적기"라고 덧붙였다.
예림당이 경영권 사수 의지를 드러낼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지분 싸움을 통한 경영권 분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별도기준 예림당과 티웨이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390억원, 55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주가 흐름과 대명소노가 지분 확보를 위해 투자한 금액을 고려할 때,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최소 1000억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일각에선 예림당이 3년 전 JKL파트너스를 끌어들였던 것처럼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를 동원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탄 상황은 대명소노 측이 예림당보단 낫다. 소노인터내셔널의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은 2083억원이다. 물론 올해 4월 한진칼이 보유한 오아후섬 남단 호놀룰루 지역에 있는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을 14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올해 6월 상조 계열사인 대명스테이션으로부터 500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대명소노 측도 향후 투자 등을 고려하면 사모펀드 등과 손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규모 투자 집행이 필요한 항공업 특성상 대명소노가 자력으로 티웨이항공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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