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가폭락 사태 원흉, 아직 죽지 않았다”…엔캐리 청산 리스크에 대한 경계 [매경데스크]
수천조 원으로 커졌던 엔캐리
청산과정 증시·환율 불안 유발
아직 미청산으로 남은 엔캐리
美日금리 향방이 금융 변수로
지난 5일 아시아 시장의 ‘블랙먼데이’.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 역대 하루 최대인 4451포인트(12.4%) 폭락했고 한국·대만 증시도 8% 넘게 하락했다. 여기에 엔화값은 하루새 100엔당 44원 넘게 뛰어오르는 변동성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9월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과 지난달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이 맞물려 미일 금리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자 엔캐리 자금이 빠르게 청산됐다는 것이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을 위해서는 엔화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급격한 엔화값 상승이 유발됐다. 또 그동안 엔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아시아 증시에 유입됐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하락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금리의 통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통화의 자산에 운용해 ‘금리차에 따른 수익’을 버는 게 캐리 트레이드이다. 주요국 중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스위스의 프랑이나 중국의 위안화도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은 거래량과 유동성이 풍부해 매매가 쉬운 엔화가 주로 집중해 왔다. 엔캐리 트레이드에 손을 데는 경제주체는 헤지펀드부터 기관투자가, 개인투자가 등 다양하다. 저금리로 조달한 엔을 달러로 바꿔 예금이나 채권에 많이 넣지만, 주식을 매입하기도 한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확대와 청산을 거듭해왔고 이는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매카니즘을 쫓다보면 이번 블랙먼데이 처럼 금융시장 왜곡의 단면이 드러나기도 한다.
과거 30여년을 돌아볼 때, 엔캐리 트레이드가 피크를 이뤘다가 청산을 거친 것은 세번 정도 있었다. 첫번째 붐은 아시아 금융위기와 일본내 금융불안이 발생했던 1998년이다. 일본내 은행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가산금리가 요구되던 때이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여러 펀드와 금융기관이 엔캐리 트레이드에 뛰어들었다.
두번째 피크는 글로벌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께이다. 당시 미국은 2006년까지 17회 연속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유럽도 금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는 제자리였고 이는 엔캐리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당시 유럽에서는 ‘엔화 표시 주택담보대출’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세번째 붐과 청산이 이번 아시아의 검은 월요일로 이어졌다. 근본적 원인은 미국·유럽 등과 일본의 금리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위해 기준금리를 2022년 1월 0.25%에서 작년 7월 5.5%까지 끌어린 후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은 올해 3월까지 8년여간 대규모 금융완화의 일환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FRB가 9월께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일본은행이 지난달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진행됐다.
엔캐리 자금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미디어를 통해 보면 수백조엔(수천조원)으로 추정하는 분석들이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엔매도 포지션 보유계약 등으로 추세를 짐작해 보기도 하는 데 이 수치가 7월 상순 17년만에 최대 규모였다.
이번 블랙먼데이 과정에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어느 정도 청산됐는 지도 추정만 있다. UBS는 40%, JP모건은 75%, 일부 전문가는 30% 정도 청산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여하튼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엔케리 트레이드가 남아있고 미일 금리정책이나 어떤 계기·사건으로 또 다시 청산 과정을 거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경계심을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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