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까지 51구→6이닝 90구' 무슨 이런 신인이... 박찬호 조카 짠물투, '8월 최강' 롯데도 잠잠해졌다

김동윤 기자 2024. 8. 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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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키움 김윤하. /사진=김진경 대기자
무슨 이런 신인이 다 있나 싶다. 키움 히어로즈 신인 김윤하(19)의 베테랑급 완급 조절로 이른 강판이 예상되던 경기를 6회까지 끌고 가며 선발 투수로서 본분을 다했다.

올 시즌 최하위 키움의 막판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김윤하다. 그는 와부초(남양주리틀)-덕수중-장충고를 졸업하고 2024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9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우완 투수다. 어머니가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사촌 누나이자 프로 골퍼 박현순 씨여서 김윤하는 지명 당시부터 '박찬호 조카'로 야구팬들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서서히 박찬호 조카가 아닌 '김윤하'라는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선발 전환 후 이닝 이터로서 면모 때문이다. 지난 6월 25일 고척 NC 다이노스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김윤하는 7월 2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 지난 7일 고척 SSG 랜더스전에서 7이닝 4실점으로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더니 지난 13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두 번째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도 성공했다. 그를 상대한 김도영(21·KIA)조차 "직구 힘이 구속에 비해서 꽤 있었다. 그리고 실투가 많이 안 들어왔다. 상대 투수가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탄할 정도.

사령탑은 김윤하의 활약에 기특해하면서도 한없이 신중했다. 어린 투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최근 "김윤하는 올해 많은 걸 경험하고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잠실에서의 7이닝(7월 25일 두산전)이 본인이 제일 많이 던진 경기라 했고, SSG전(8월 7일)에서 100개 가까이 던졌다. 화요일(8월 13일 KIA전) 경기에서도 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첫 7이닝 때 본인이 제일 많이 던졌다 해서 걱정했는데 다음 경기는 별 탈 없이 7이닝을 던지는 걸 봤다. 이번에는 4일 쉬고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과제의 대상인 롯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롯데는 18일 경기 전까지 8월 한 달간 팀 타율 0.320, OPS(출루율+장타율) 0.890으로 타자들의 컨디션이 최고조였다. 활화산 같은 타선의 활약에 힘입어 8승 3패로 8월 리그 승률 1위를 기록 중이었다.

키움 김윤하. /사진=김진경 대기자

경기 초반 김윤하는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회까지 직구 32구, 커브 13구, 포크 6구로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면서 6피안타 4실점으로 난타당했다. 1회 말 1사에서 윤동희에게 중월 솔로포를 맞더니 손호영에게는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허용해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이후 직구와 커브만 활용해 빅터 레이예스와 전준우를 외야 뜬 공으로 처리했다.

2회 말에는 더 큰 위기를 겪었다. 고승민과 노진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생긴 무사 1, 3루에서 박승욱에게 땅볼 타점, 손성빈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윤동희를 맞혀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손호영에게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맞아 3-4 역전을 허용했다. 레이예스와 재대결에서도 0B2S에서 좀처럼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하며 10구 승부 끝에 어렵사리 유격수 뜬 공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짠물 투구에 기세 좋던 롯데 자이언츠 타선도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 타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달려든 것이 오히려 김윤하를 도왔다. 3회를 공 8개로 끝낸 김윤하는 손성빈을 커브 2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것을 포함해 4회도 공 9개로 실점 없이 끝냈다.

수비 실책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의연한 모습으로 원정 키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5회 말 선두타자 레이예스의 땅볼 타구를 2루수 김혜성이 한 번에 잡지 못해 출루가 이뤄졌다. 전준우의 우전 안타 때 1사 2루가 됐고 고승민의 땅볼 때 2사 3루 위기가 됐다. 그러나 김윤하는 시속 143km 직구로 헛스윙을 끌어낸 뒤 포크를 던져 타이밍을 빼앗았다. 결과는 3루수 파울 라인 넘어 뜬 공 아웃. 이닝 종료였다.

타순이 3바퀴를 돌자 볼 배합을 변화구 위주로 바꾼 것도 효과적이었다. 5~6회에 22구만 던진 김윤하의 직구 개수는 7개에 불과했다. 지난 고척 KIA전처럼 스트라이크 존 어느 곳이든 들어가는 커브가 결정구 역할을 했다. 마지막 6회도 정훈과 손성빈에게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끝내 6이닝을 소화했다. 6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몸에 맞는 볼 5탈삼진 4실점. 7이닝을 던지고 4일 쉰 신인에게서 나온 그 이상의 퍼포먼스였다.

김윤하가 초반 4실점으로 6회까지 꽁꽁 묶으면서 키움에도 역전의 기회가 마련됐다. 7회 초 김건희가 솔로포로 4-4 동점을 만들었고 어린 키움 선수들은 연장 10회까지 긴장감 있는 경기를 통해 또 한 번 경험을 쌓았다. 노련한 베테랑 선발 투수의 역할을 벌써 해내고 있는 김윤하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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