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하츄핑” 등쌀에 극장 끌려갔는데…왜 눈물이 나죠?

극장판 애니 ‘사랑의 하츄핑’ 열풍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 쇼박스 제공

잘 키운 ‘핑크 요정’ 하나, 열 톱스타 안 부럽다.

지난 7일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이 국내외 화제작들이 경합했던 광복절 개봉 대전에서 주말 관객 수 4위에 올랐다.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67만1255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 50만명을 넘겼다.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10위 성적으로, 100만 관객 고지까지 순항이 예상된다.

‘사랑의 하츄핑’은 2020년 시작해 4기까지 방영된 티브이(TV) 시리즈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캐치! 티니핑’은 동물과 자동차를 결합한 ‘부릉!부릉! 브루미즈’, 어린이용 히어로물 ‘미니특공대’ 시리즈 등을 성공시킨 3디(D)애니메이션 제작사 에스에이엠지(SAMG)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시리즈로, 이모션 왕국의 로미 공주가 다양한 감정의 요정들과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4~7살 여자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사랑받으면서 ‘포켓몬’ 시리즈의 요괴들처럼 시리즈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요정 인형들과 값비싼 연관 완구까지 인기를 끌어 부모들에게 ‘등골핑’ ‘파산핑’ ‘거덜핑’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 쇼박스 제공

하츄핑과 로미의 첫 만남을 그린 ‘사랑의 하츄핑’ 상영관은 하츄핑처럼 핑크 드레스를 입고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로 꽉 차며 높은 좌석판매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하츄핑 코스튬 인형이 등장해 무대인사를 하는 상영관은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해 배급사 쇼박스는 하츄핑 무대인사를 예정보다 대폭 늘렸다. 씨지브이(CGV) 용산 등 주요 상영관 앞에는 ‘사랑의 하츄핑’ 팝업스토어가 차려져 영화가 끝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꼬마 관객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사랑의 하츄핑’은 에스에이엠지가 작심하고 내놓은 첫 극장판 영화다. 이전에 ‘미니특공대’ 극장판을 여러편 내놨지만 티브이 시리즈의 확장판 정도로 소비되며 화제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쇼박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수훈 에스에이엠지 대표는 “영화는 아동 중심의 티브이 시리즈와 달리 가족물이어야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티브이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개봉하면 아이들만 좋아하고 옆 자리 부모들은 잔다. 이래서는 애니메이션 산업이 디즈니처럼 발전할 수 없다”면서 “어른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고 했다. 일본의 특수촬영물 인기 시리즈 ‘가면라이더’ ‘슈퍼전대’의 각본가 아루카와 나루히사가 ‘캐치! 티니핑’보다 이야기의 굴곡이 강렬한 극장판의 각본에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 쇼박스 제공

실제로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평을 보면 “아이와 같이 울었다” “재밌어서 깜짝 놀랐다”는 호평과 함께 “(보호자로서가 아니라) 혼자 가서 봤다”는 찐팬들의 ‘간증’도 많이 올라와 있다. 어른 관객의 시선을 잡기 위해 로미를 돕는 리암 왕자를 전통적인 왕자가 아닌 아이돌 스타 이미지로 만들었고, 백마를 타는 게 아니라 아예 백마로 변신해 ‘백마 탄 왕자님’이라는 클리셰를 비틀었다. 그룹 에스파의 윈터가 부른 주제가도 고음을 뽑아내는 디즈니 스타일이 아닌 세련된 발라드다. 음악은 제작사가 가장 난항을 겪으면서도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 김 대표는 “가족물로 가려면 감정의 디테일이 관건”이라면서 “삽입곡이 감정의 고양에 중요한데 음악은 처음 도전해보는데다 디즈니 음악의 감성이 우리에게는 다소 ‘오버’스럽기도 해 한국적인 ‘톤 앤 매너’를 잡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까다로운 공정을 통해 완성된 윈터의 ‘처음 본 순간’은 어른들도 흥얼거리기 쉬운 발라드로 영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에스에이엠지는 ‘사랑의 하츄핑’의 일본과 중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뮤지컬과 함께 ‘티니핑’ 극장판 2·3편도 준비하면서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공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제작 능력에 비해 산업 규모가 작아 스스로 안주해온 측면도 있다”면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어야 산업도 커진다. 지금은 과도기적 상태로 극장판 2·3편이 개봉하고 난 뒤에는 시장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