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세제 혜택 쏟아지는 ‘비 아파트’…소비자 선택 받을까?
정부가 최근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고 빌라(다세대·연립),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전세사기 여파로 거래가 줄고 공급이 급감하는 등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는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대한 청약·세제·금융 등 폭넓은 지원을 통해 수요자 선호도를 높이고 신축 물량도 늘리겠다는 취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방안에 ‘분양전환형 신축매입’ 도입 등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지원책이 많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비아파트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 사항의 경우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실제 비아파트 공급(준공)이 늘어나기까지는 일정 시일이 소요되는 점에서 그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7억원대 빌라 매입해도 무주택자로 청약 가능
이번 대책 가운데 예비 아파트 청약자들의 눈길을 확 끄는 것이 있는데, 바로 빌라 등의 ‘주거 사다리’ 역할 회복 방안이다. 국토교통부는 단독·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구입자가 아파트를 청약할 때 불이익이 없도록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그 기준이 전용면적 60㎡ 이하, 수도권은 공시가격 1억6천만원 이하(지방 1억원)인데, 앞으로는 면적은 85㎡ 이하, 공시가격은 수도권 5억원(지방 3억원) 이하로 대폭 넓어진다.
서울·수도권에서는 공시가격 1억6천만원 이하 빌라가 귀해 지금까지는 적용이 제한적이었으나 이번 조처로 시가 7억원 수준(공시가격 4억8300만원·현실화율 69%)인 중형 빌라를 소유해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되는 셈이다. 이는 빌라 등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 개선안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거쳐 올해 11월 시행 예정인데, 파급 효과가 꽤 있을 전망이다. 2030세대라면 주거환경이 양호한 신축 빌라 등을 구입해 살아도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며 아파트 청약을 준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구입 시 공시가격이 아니라 청약 시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일에 가까운 날 공시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주택 구입 뒤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면 요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소형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주택 수 제외’ 규정이 바뀌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올해 초 ‘1·10 대책’에 따라 내년 말까지 신축 소형주택을 구입할 때는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했는데 앞으로 대상 기간과 주택 범위가 넓어진다. 신축 소형주택의 경우 주택 수에서 제외되는 기간(준공·취득일 기준)이 2027년 말까지 2년 더 연장됐고 새롭게 기축 소형주택도 2027년 말까지 구입해 등록임대주택으로 등록(매입임대)하는 경우에는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대상 소형주택은 전용면적 60㎡ 이하인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취득가격) 이하 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 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5만호 공급 ‘분양전환형 신축매입’ 관심 높을 듯
이번 대책에선 비아파트 소형주택 1채만으로도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6년 단기 등록임대 제도’ 도입 방안도 나왔다. 지금까지는 10년 등록임대만 가능했는데 6년짜리 단기 등록임대를 신설해 임대사업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특히 1주택자가 소형주택을 사서 6년간 단기임대 등록 시에는 ‘1세대 1주택 특례’도 적용해주기로 했다. 이 특례는 기존 보유 중인 주택에 주택가액 12억원까지 양도세와 종부세를 물리지 않는 것으로, 월세수익을 목적으로 한 1주택자 임대인의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크다. 6년 단기 등록임대 도입을 위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다.
또 무주택자가 소형주택을 처음 구입할 때 적용하는 취득세 감면 폭도 커진다. 생애 최초로 전용면적 60㎡ 이하, 취득가격 3억원(수도권 6억원) 이하 소형주택(다가구, 연립·다세대, 도시형 생활주택)을 사면 취득세를 300만원(기존 최대 200만원) 한도로 깎아준다. 소형주택이 아닌 경우(12억원 이하) 감면한도 200만원은 그대로다.
새로 도입하기로 한 ‘분양전환형 신축매입’도 눈길을 끈다. 국토부는 내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 신축매입 ‘11만호+알파(α)’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 중 최소 5만호를 분양전환형 신축매입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신축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빌라·오피스텔을 건축 전에 매입하기로 약정하고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의 30~50%에 월세로 최장 20년간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이 가운데 분양전환형은 입지와 구조가 좋은 중형평형(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포함) 주택을 대상으로 최소 6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한 뒤 임차인에게 우선매각하는 주택을 말한다. 이때 분양가는 입주 시 감정가와 분양 시 감정가의 산술평균이며,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30%(맞벌이 200%), 자산 3억6200만원 이하 등 소득·자산 요건이 적용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새로 도입될 분양전환형 신축매입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3~4인 가구도 거주 가능한 중형평형을 6년간 임대로 거주한 뒤 저렴한 값에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6년간 거주한 뒤 분양전환을 희망하지 않을 때도 전세형은 2년, 월세형은 4년간 추가로 임대거주 기간을 보장하고 있어 입주자 선택의 폭이 넓은 게 장점”이라며 “입지가 양호한 곳에서 분양전환형 신축매입을 속히 공급한다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훈 선임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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