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종찬 왜 이러시나” 이종찬子 “尹 주위 부추기는 세력 있어”

구민주 기자 2024. 8. 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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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광복절 경축식 불참 여파 지속
尹, ‘아버지’라 부르던 이종찬에 “이해 안 가”
‘尹 절친’ 이종찬 아들 “尹, 중도지향 잃은 듯…문자 답 없어”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2021년 6월9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의 첫 공개 정치 행보였다. ⓒ시사저널 이종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정치 입문' 멘토 이종찬 광복회장 사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이 회장과 관련해 "왜 이러시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당혹감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아들이자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교수는 "윤 대통령이 중도지향성을 잃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에게 이종찬 회장과 광복회가 8‧15 경축식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 "왜 이러시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통령실은 이 회장이 자신의 추천 인사가 독립기념관장에서 탈락해 이처럼 날을 세우고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김형석 관장에 대해선 여전히 임명을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평소 이 회장을 '아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둘은 각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시국선언'까지 하며 멘토를 자처했던 인물이다.

이 회장은 김 관장 임명을 넘어, 윤석열 정권의 전반적인 대일 정책에 대한 우려가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재직 당시 보훈부가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하고, 이승만 기념관을 추진할 당시에도 이 회장은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2021년 6월9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러한 갈등 국면에 대해 이 회장의 아들이자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주변에 이상한 역사 인식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작심 발언을 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의 57년 지기로 서울 대광초와 서울대 법대를 함께 다녔다. 대선 당시 캠프 싱크탱크인 미래비전위원회 간사를 맡아 윤 대통령을 도왔으며, 현재 이 교수의 부인은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지난해 광복절에도 건국절 논란이 있었는데, 가까스로 경축식이 거행됐다. 이후 독립기념관 이사에 낙성대경제연구소장(박이택)이 임명됐을 때 이사진과 독립운동 유관 단체들이 강력히 항의했지만 (정부는) 오불관언(吾不關焉,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모르는 체함)이었다"며 "이번 독립기념관장 임명 건은 묵은 문제가 터지는 걸 촉발한 방아쇠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도 꼬집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헌법으로 확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공식 호칭 대신 '상해 임시정부'라고 불렀다"며 "'대한민국'라는 말을 왜 안 썼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역사적 자기 인식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일제의 식민지배가 불법 무효'라는 대한민국의 일관된 기조를 분명하게 밝혀 모든 논란을 없애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의 최근 기조와 관련해 이 교수는 "대통령 주위에서 이상한 역사의식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정치가 양극화가 너무 심하고, 극단적인 네거티브로 가다 보니, 공격당하다가 (자신도) 점점 극단으로 가서 방어기제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도 진단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에게 '중도 민심을 잃지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대통령) 주위 사람들에게도 '중도 민심을 잃으면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는데,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해야 중도로 확장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답을 들었다"며 "(윤 대통령의 행보가) 어리둥절하다. (대통령) 지지자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었는데, 좁아져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종찬 회장의 광복절 경축식 불참에 대해 계속해서 비판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독립운동과 광복 주체가 광복회의 독점적 권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광복회가 사적 감정으로 국가 기념행사에 불참한다고 한 건 과도하다"고 밝혔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17일 논평을 통해 "광복절 아침 우리 사회가 노출한 분열과 대립은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그 중심에 이종찬 광복회장이 서 있음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이 회장을 향해 "이념과 자리 집착은 노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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