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전대, 해리스 상승세에 ‘기름’ 될까 ‘찬물’ 될까

현장｜개막 앞둔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가보니

18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앞에 대회를 알리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대선을 79일 앞두고 개막하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를 지속시켜 줄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까?

초유의 민주당 후보 교체로 미국 대선판이 크게 흔들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무섭게 추격한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단결과 대선 승리 의지를 다지는 전당대회가 19일(현지시각) 시카고에서 개막한다.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 온라인 대의원 투표로 대통령 후보 자리를 확정한 가운데 열리는 전당대회는 상승세를 이어갈 동력을 제공할 수도, ‘허니문’의 끝으로 가는 일정에 그칠 수도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개막 전날 한겨레가 둘러본 대회장인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는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흐르고 있었다. 한 달여 전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은 듯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하지만 침울한 분위기에 싸일 뻔했던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후보직이 넘어가면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 속에 열린다. 행사 준비를 하던 한 민주당 쪽 인사는 “승부가 매우 흥미진진해졌다”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행사장 주변에서 만난 시카고 시민 글렌 리처드는 “해리스가 이길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차이는 “나이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데 결정적 문제”가 됐고, 해리스 부통령의 젊음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흑인 남성인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흑인 여성 대통령도 나올 때가 됐다고 보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지도자의 피부색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민주당 출신 전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다. 첫날인 19일 저녁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지지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버스 유세를 마친 해리스 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함께할 예정이다. 둘째 날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셋째 날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연설하고, 마지막날인 22일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전현직 대통령 3명이 찬조 연설을 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생존해 있는 유일한 공화당 소속 전직 대통령인 조지 W. 부시가 불참한 공화당 전당대회와 비교된다.

18일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규탄하는 이들이 시카고 시내에서 행진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 개막 전날인 18일에는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버스 유세를 다녔다. 그는 이곳의 비버카운티에서 한 유세에서 “지도자의 힘을 보여주는 진짜 척도는 그가 누구를 끌어올려주느냐에 있다”며 “다른 사람들을 무너뜨리려는 사람은 겁쟁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인신공격에 집중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또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지지 호소 전화 걸기에 참여해 한 유권자에게 “우리는 함께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월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라 민주당 쪽은 ‘컨벤션 효과’에 더욱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당 안팎의 지지세 결집을 제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당대회 개막 전날 시카고 시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항의하는 수백 명이 시위에 나섰다. 일부 참가자들은 ‘68처럼’이라고 쓴 전단을 나눠줬다. 1968년 역시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 베트남전 반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대규모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전당대회장 안에서도 갈등이 표출된 사례를 말하는 것이다.

시카고/글·사진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