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도연·황정민·유승호·이민호…연극계 스타 마케팅 명암

이예슬 기자 2024. 8. 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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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저녁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열린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LG시그니처홀은 객석을 메운 관객들로 가득 찼다.

심지어 이 연극은 인터미션을 포함해 200분에 달하는 장시간의 공연이라 극이 끝나자 마자 지하철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 뛰어 나가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스타의 인지도에만 기댄다면 일회성 공연장 나들이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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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문화부 기자.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지난 14일 저녁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열린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LG시그니처홀은 객석을 메운 관객들로 가득 찼다. 다음날이 휴일이긴 하지만 평일 오후 늦게 열리는 공연인 것을 감안하면 관람 열기가 뜨거웠다. 심지어 이 연극은 인터미션을 포함해 200분에 달하는 장시간의 공연이라 극이 끝나자 마자 지하철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 뛰어 나가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번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배우 유승호가 이날 주인공인 '프라이어' 역을 연기했다. 최근 연극계 '스타 마케팅'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OTT 등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스타 배우들이 속속 연극 무대에 서고 있다. 전도연·박해수가 6~7월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벚꽃동산'에, 7~8월 황정민·송일국이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맥베스' 무대에 올랐다. 유승호·손호준은 토니 쿠쉬너의 퓰리처상 수상작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출연 중이고, 다음달에는 그룹 '샤이니' 출신의 이민호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이처럼 영상 매체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스타들이 공연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드라마·영화·OTT 시장 위축으로 제작 편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작품이 없어 공백기가 길어진 스타들이 공연을 택한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스크린 등 화면으로 한 번 걸러지는 반응이 아닌 현장의 열기를 직접 느낄 수 있고, 팬들은 좋아하는 스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공연 제작사들은 티켓 판매 성적을 기대한다.

실제 스타 배우들은 장기로 공연하는 대극장 무대를 꽉 채울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다. 1000석이 훌쩍 넘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LG아트센터 LG시그니처홀이 전석 매진되는 경우가 심심찮다. 지난 18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맥베스'는 천만배우 황정민을 직접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매진 행렬을 기록했고, 이에 1회 추가 공연을 하기도 했다. 제작사 샘컴퍼니에 따르면 이 공연은 유료 점유율 99%, 총 객석 점유율 102%를 기록하며 흥행에 대성공했다.

물론 모든 연극 작품이 이 같은 성공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높은 출연료가 티켓 값을 올린다며, 관객이 스타가 출연하는 공연만 찾아 양극화가 심해진다며, 무대 연기를 주로 하는 배우들이 설 무대가 줄어든다며 부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젊은층이 넷플릭스나 유튜브 대신 공연장에 스스로를 가두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스타 마케팅이 어느 정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연계 주소비자가 될 세대가 침대에서 편안히 누워 보는 영화나 드라마 러닝타임조차 너무 길다며 몇 초, 몇 분 짜리 숏츠에 열광하고 있는 형국이니 말이다.

연극계 스타 마케팅은 관객들을 방구석 밖으로 끌어내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다. 관건은 천만배우와 호흡하기 위해 나온 관객들을 다른 공연장으로도 오게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스타의 인지도에만 기댄다면 일회성 공연장 나들이에 그칠 뿐이다. 장르의 고정팬을 확보하기 위해 연극계의 진정성이 필요한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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