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의제 좁혀 서두르고, 尹과 제한없는 영수회담…왜

구진욱 기자 한병찬 기자 2024. 8. 1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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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한동훈과 실용 대화…해병특검·지구당 부활 의제 제한
尹대통령과 의제 제한 없는 회담…'협치·존재감' 두마리 토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2024.8.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한병찬 기자 =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제 제한 없는'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반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조속한 만남과 함께 '해병대원 특검법' 등 현안에 대해 구체화 하며 대화의 폭을 좁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정체된 국회 정국을 풀기 위한 이 대표의 전략적 판단에서 나온 선제적인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의 독대 제안을 통한 존재감 과시와 더불어 한 대표 스스로 언급했던 의제들로 안건을 좁혀 대화의 당위성을 높이는 등 이 대표의 '실용적인 면모'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신임 당 대표님의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어제 하신 대표 회담의 제의도 대단히 환영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전날 열린 제1회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총득표율 85.4%로 연임을 확정한 뒤 한 대표에게 '대표 회담'을 제안하자 한 대표가 화답한 것이다.

이 대표도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께서 여야 대표 회담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지금 대표 비서실장에게 실무 협의를 지시해놓은 상태"라면서 "빠른 시간 내 만나 민생 문제,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한 대표와 회동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두 여야 수장은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야당 대표 자격으로 한 차례 회동한 바 있다. 지난달 한 대표에 이어 이 대표 연임을 계기로 두 번째 대화를 위한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 대표와의 대화에서 '해병대원 특검법'과 '지구당 부활 문제' 등 의제를 좁혔다. 이 대표는 전날 수락연설에서 "민주당 발의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께서도 제3자 특검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이 대표의 제안을 두고 반복되는 거부권 정국에서 정부·여당에게 쏠렸던 비판이 거대 야당의 '책임론'까지 번지자 지지율 회복을 위한 '원포인트' 제안 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뉴스1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서 여당의 새 대표로서 한동훈 대표가 한 말들이 있지 않냐"며 "이재명 대표의 메시지를 비춰볼 때 한동훈 대표의 말과 (정책적인) 교집합이 있다고 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의 메시지를 통해) 머리를 맞대서 할 수 있는 건 해버리자. 국민들에게 중요한 건 실천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 역시 "(합의점이 많은) 지구당 부활과 같은 부분에서는 같이 논의하고 성과있는 것을 만들어 내자는 의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윤 대통령을 향해 제안한 '의제 제한 없는'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선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전날 수락 연설에서 영수회담의 의미에 대해 "특별히 (영수회담 의제로) 제안할 필요가 없고 제한 없이 우리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질 사안, 국가 경영·국정에 중요한 사안들을 다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제를 제안한다고 한다면, 제한된 의제만이라도 만나서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즉, 지난 4월 이뤄진 첫 영수회담때와 마찬가지로 당시 실무진들 사이에서 의제 조율이 이뤄지지 않자 전향적으로 양보했던 모습을 이 대표가 또 한번 보여줌으로서 협치의 이미지와 함께 영수회담 성사의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윤 대통령과의 독대로 이 대표의 존재감을 내비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단칼에 잘라버리기도 어려운 게 대통령실의 고민이다. 영수회담을 지렛대로 이 대표가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셈법에 맞서 국민의힘은 '한동훈 먼저'라는 입장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조건이 성숙하면 당연히 영수회담을 할 것"이라며 "일단은 우리 한동훈 대표를 먼저 만나야 된다"고 밝혔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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