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김선호 "나는 타고난 게 없던 배우...여전히 발전 중이죠" (종합)[인터뷰]
[OSEN=유수연 기자] 배우 김선호가 '폭군' 작품 속 이야기와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디즈니+ 시리즈 ‘폭군’ 배우 김선호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이날 김선호는 '폭군' 공개 소감에 대해 "일단 너무 좋다. 제가 좋아하는 선배들과 작품을 하지 않았나. 솔직히 말해서 선배들과 합을 다시 돌이켜볼 수 있는 게 설레고, 감회가 새로웠다. 공개되기 전까지는 작품으로 안 나오면 ‘내가 어떻게 했지?’ ‘어떤 모습이었지’? 였는데, 저 때 저랬지, 저렇게 비치구나!' 해서 두근거리고 즐거웠다"라며 "제가 지금 드라마 촬영 중인데, 사실 초반에는 반응을 못 봤다. 솔직히 무섭지 않냐. 아무리 저는 좋고, 우리끼리 재미있게 찍었다고 하지만, 관객이 봐주시는 건 다르니까. 만약에 지금 (나쁜 반응을 보면) 지금 작품에 흔들릴까 봐 참았는데, 홍보팀에서 먼저 취합해서 반응을 보내주셨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좋더라. 2시간 앉은 채로 기뻐만 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라고 털어놨다.
'폭군'은 '낙원의 밤', '귀공자'에 이은 ‘박훈정 유니버스’를 선보인 박훈정 감독의 신작인 가운데, 김선호는 전작 '귀공자'에 이어 다시 한번 박훈정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에 김선호는 "감독님과 ‘귀공자’를 했던 과정이, 물론 장면이 안 풀리면 힘들거나 고민했겠지만, 그것 말고 감독님과 일상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저는 즐거웠다. 저에게 감독님은 좋은 연출자이자, 쉬는 시간에는 좋은 형이다. 심지어 저랑 똑같이 맛집 다니는 거랑 산책 다니는 걸 좋아한다"라며 "무엇보다 다음 작품에 불러주셔서 기분이 좋았고, 감사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감독님께서 '귀공자' 이후로 저를 확실히 믿어주신 지점이 있었던 거 같다. 감독님이 제게 처음 브런치를 먹는 장면에서 ‘더 재미있게 안돼?’라고 하시더라. '어떻게 하지?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는데?' 라니깐, ‘아니, 넌 할 수 있어’라고 하면서 찍었다. 그렇게 믿음이 생기고, 저도 배우로서 연출가가 믿어주니 확신이 생겨서 더 재미있게 찍었던 거 같다"라며 훈훈한 케미를 자랑했다.
극 중 김선호는 ‘폭군 프로그램’을 운용해 온 설계자 ‘최국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최국장'을 통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서늘한 캐릭터로 변신한 그는 연기 변신을 위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음색은 완전히 바꿀 수가 없다. 다만 예전에는 대사 템포가 빠르거나, 어떤 장면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있었던 캐릭터라면, 이번엔 오히려 제가 이 장면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만약 저까지 템포감을 가져가면 이 장면은 가벼워 보일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봤을 땐, (예전과) 다르긴 한데, 확신이 없을 때가 있었다"라며 "사실 공연을 하면서도 그렇게까지 무언가 변화해 보고 노력해 본 것들이 없었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요원 연기를 하는 형들이 구경하러 오고, 어쩔 땐 웃어주고, 응원해 주니까. '그래도 나쁘진 않은가 보다', 하는 기분 좋음이 있었다. 사실 집에 가면서 전 후회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또한 연기를 위해 참고한 작품에 대해서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꼽으며 "감독님 추천으로 봤었다. 거기서 커피 마시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계속 돌려봤었다. 총을 쏘면 서의 여유라던가, 정보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설정 등을 참고 했다"라고 설명하며 "사실 최국장은 최연소 국장이라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국장이라기엔 어리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설정 인물의 나이는 바꿀 수 없지 않나. 그리고 늘 느끼는 거지만, 배우는 각자 타고난 게 있다고 생각한다. 외형적인 모습이나 소리, 성량 같은 것들이 배우에게 있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 안에서 최국장으로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흐트러지거나 가벼워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특히나 주변 상황에 대한 반응을 어떻게 하면 미묘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연기했다. 제가 의도한 게 담기지 않았을 수 있지만, 어떤 눈길이나 손동작 같은 것들로 최대한 누르고 눌러서 미니멀하게 표현하려 했던 거 같다. 그래야 인물이 중심을 잡는다고 생각했다"라고 떠올렸다.
액션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김선호는 촬영 중 무서웠던 장면에 관해 묻자, "아주 명확히 기억난다. 제가 워낙 겁이 많다. 총을 쏘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공포탄을 쐈었다. 그게 밖에서 들으면 소리가 여유 있게 들리는데, 실내에서는 2배로 더 크게 들린다. 눈을 절대 감고 싶지 않은데, 첫 테이크에서 감아 버린 거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탄이 별로 없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었다. 제가 이어플러그를 끼면 그 소리가 안 들릴 수 있는데, 상대 대사가 안 들리고 제 대사가 안 들리면 연기를 못 하겠더라. 빼고 하니까 귀는 쨍한데, 참아봤다"라고 웃었다.
함께한 동료들과의 케미도 언급했다. 김선호는 극 중 ‘폭군 프로그램’과 관련된 걸림돌을 제거하는 청소부 ‘임상’ 역의 차승원과 비밀리에 ‘폭군 프로그램’을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추격자 ‘폴’역의 김강우와 호흡을 맞췄다. 선배들과의 호흡에 대해 김선호는 "아무래도 강우 선배는 섬세하고, 연기적으로 디테일하시다. 물론 승원 선배님 역시 디테일 하시지만, 강우 선배는 전작품을 같이 하지 않았나. ‘방금 이거 좋았어’, ‘이건 어땠을까?’하고 연기적인 조언을 직접적으로 많이 주셨다. 승원 선배님은, 제가 서 있는 걸 보고 ‘좋다. 재밌다. 더 해봐’라면서 대사들도 그 자리에서 만들어봤었다. 그런 것들이, 선배가 저를 자극해서 더 살아있게 만들어주시지 않았나 싶다. 선배님의 대사가 확 들어오니까 인물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라. 선배들이 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솔직히 말해서 너무 죄송했던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저는 주로 촬영을 앉아서만 했고, 외부로 나가는 장면은 하루에 다 찍거나, 차로 이동하는 것, 나머지는 다 실내였다. 그래서 (선배들에게) 죄송했다. 그래서 나중에 응원하러 현장에 가면 ‘정말 힘드시겠다~’했다"라고 웃으며 "그런 건 있었다. 결과가 나왔을 때 액션의 뿌듯함이 있지 않나. 승원 선배의 액션이나, 강우 선배의 액션을 보면서 정말 멋있다,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때는 편해서 좋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고,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극 중 만난 기술자 '자경'을 맡아 열연을 펼친 신예 조윤수 배우에 대한 호평도 전했다. 김선호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태도도 그렇고, 몰입하고 집중하려는 걸 봤다. 경험이 얼마 없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악착같이 해가더라. 그래서 제가 현장에서 쉽게 말을 못 걸었다. 혹시라도 집중이 깨지거나, 제가 한마디를 해서 몰입감에 방해가 될까 봐. 그 친구가 쉬고 있을 때 밖에서 '괜찮아? 파이팅이야!' 정도만 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과정을 보지 않았나. 그렇게 노력하는 배우라면 지금보다 더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도 좋다. 보시면 알겠지만, 윤수 배우고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자신과 다른 부분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라고 칭찬했다.
연기적인 아쉬움도 고백했다. 김선호는 "(촬영하면서) 세 번의 기회만 있다면 더 잘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지금은 확실히 내가 잘한다, 라기보다는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가 더 많이 보이는 시점 같다. 제가 배우로서 성장했다, 이런 말보다는, 어떤 게 중요한지 알겠다, 가 맞는 거 같다. 배우가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순간보다 침묵의 순간이 힘 있다고 느끼게 해준 것이 누아르였던 거 같다. 이런 침묵의 연기도 내가 배우로서 더 공부하고 발전하고 빌드업해야겠다는 공부가 되었다"라고 돌아봤다.
특히 그는 "지금 앞에 있는 작업을 수행하기에 바쁘니까, 어떤 장르가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저의 단점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이 지점은 발전했으면 좋겠다, 가 생겼다. 나올 작품도 있고, 지금도 찍고 있고, 현재는 장르에 대한 갈증보다는, 단점이 왜 안 고쳐지지? 라는 게 있다. 어제도 드라마 촬영을 했는데, 저는 사람들이 괜찮다고 해도 단점만 보이더라. 결국엔 밤을 새워버렸다. 사람은 욕심이 있고, 빨리 늘지가 않는 거 같다"라며 "남들이 보기엔 장점이자 단점이겠지만, 저는 예를 들어 ‘폭군’에서 목소리가 허스키했다면 이번엔 짱짱한 소리도 써보고, 발성도 좀 바꿔보고 싶고, 조금 더 정돈된 모습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점점 정돈되다 보면 제 손짓 하나하나가 너무 커 보이더라. 손짓하나로 큰 힘을 주고 싶어서 정돈하고 싶다 보니, 고민이 자꾸 생긴다. 아직도 발전하고 공부해야 하는 지점인 것 같다"라며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기란, 저는 타고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저처럼 안 할 거 같다. 저는 타고난 게 애초에 없었다. 연기 못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저에겐 이런 것들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저를 그나마 멱살 잡고 스스로 배우로 설 수 있게 하는 것들이, 강박적이기도 하고. 점점 느끼는 점은, 실력이 있어야 배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연기가 어떻게 하면 늘지는 답이 없지 않나. 이 직업은 어찌 보면 예술의 영역인 거고, 마음가짐 하나로 달라지는 게 연기라고 하던데. 그런 지점이 고민"이라고 전했다.
향후 차기작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마녀' 세계관의 연결과 '폭군'의 차기작 등에 대해 "세계관 속 종족이 여러 종족이 있고, '폭군'은 그중 하나를 가져와서 연구한 거고, '마녀'는 다른 쪽의 이야기라고 하긴 하더라. 마블처럼 연결되냐고 물어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하시길래, ‘그럼 귀공자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라고 물었더니 그 세계관에 귀공자는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 약간 서운하기도 한데, 그게 또 아름다운 결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감독님이 혹시라도 프리퀄이나, 다른 세계관을 창조하신다면, 그때는 제가 더 명확한 분장이나 변장이 필요할 듯할 거 같다. 흉터라도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귀공자' 속편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하신다. 제가 나중에 다시 한번 물어보도록 하겠다"라고 웃었다.
김선호는 "배우로서의 어떤 목표를 세우기가 참 그런데, 저는 아진 '함께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여전히 좋다. 지금도 촬영하면서 촬영이 안 되거나 할 때, 사람인데 예민할 수 있지 않겠나. 그때마다 그 목표가 저를 다잡아 준다. 한번 웃고 말지, 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그 목표를 잃지 않으려 한다. 다음에도 같이 하고 싶은 배우. 연기뿐만이 아니라 태도도 그렇다. 나 한 명의 헛소리로 현장의 모두가 좋아진다면, 그것또한 배우의 덕목이 아닌가 싶어서 최선을 다하게 되더라. 가끔은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계속 가져가려 한다"라고 전했다.
현재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디즈니+ '현혹', '망내인' 등 각종 차기작을 앞두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선호는 "저란 배우를 매력 있게 봐주시는 분들, 저를 알고 있는 분들까지, 사실 서로가 다 아시지 않나.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흘러 흘러 계속 돈다. 저만해도 다음 작품에 가면 스태프들이 몇 년 전에 같이 했던 분들이 있다. 그런 것처럼, 저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아무리 현장에서 잘한다고 이야기해도 배우로서 매력이 없다면 안 불러주시지 않을까 싶다. 배우로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저를 확인하다 보니 그런 것 아닐까"라고 웃으며 "사실 지금까지 제가 여기에 있는 것도 팬들의 열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꼭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여 훈훈함을 자아냈다.
한편 지난 14일 공개된 ‘폭군’의 모든 에피소드는 지금 바로 디즈니+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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