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최저가’ 알렛츠도 터졌다…다시 떠오른 ‘미정산’의 악몽

조유빈 기자 2024. 8. 19. 12: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 불발로 회사 운영 불가”…중간 정산일에 폐업 발표
연락 두절에 셀러·소비자 분통…정산 지연 피해액 수백억원 이를 듯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고급 가구와 가전 등을 판매하며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표방하던 이커머스 플랫폼 알렛츠가 돌연 폐업을 예고했다. 중간 정산일에 이뤄진 갑작스러운 폐업 선언에 '미정산'의 악몽이 다시 재연됐다. 티몬·위메프 사태의 여파가 미처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또 한번 충격에 빠진 가운데, 재무건전성이 열악한 이커머스 플랫폼의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알렛츠 사무실 인근에 놓여 있는 관련 물품들. 알렛츠는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부득이한 경영상 사정으로 8월 31일 자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음을 안내드린다"는 공지문을 게시했다. ⓒ연합뉴스

유동성 확보 실패로 서비스 중단 결정

알렛츠가 폐업을 발표한 것은 지난 16일이다. 알렛츠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부득이한 경영상 사정으로 8월31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이날은 입점업체의 중간 정산일이었다. 알렛츠의 정산 주기는 최대 60일로, 7월분이 판매 금액이 아직 정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산 지연에 따른 피해액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알렛츠는 인테리어 제품으로 시작해 프리미엄 생활용품, 가전, 명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하이엔드를 키워드로 삼아 사업을 키워온 알렛츠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플랫폼은 아니었지만, 포털에서 가전‧가구 등을 검색할 때 '최저가' 로 주로 검색되면서 인지도를 높여갔다.

알렛츠가 돌연 서비스를 종료한 배경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알렛츠를 운영하는 인터스텔라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터스텔라의 지난해 매출은 150억2875억원이었지만, 104억279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2년(84억2207만원)보다 큰 폭으로 영업손실이 증가한 것이다. 미지급금은 266억6413만원에 달했는데, 이 역시 2022년(126억3530만원)보다 크게 늘었다.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던 인터스텔라는 최근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서비스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혜 인터스텔라 대표는 서비스 종료를 내부에 알리며 '티메프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티메프로 시작된 여러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급격하게 감소된 매출을 추가 투자로 메꾸고, 9월부터 손익개선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자 했지만, 최근 논의되던 투자 유치가 최종 불발되면서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알렛츠 홈페이지의 서비스 종료 공지문 ⓒ알렛츠 홈페이지 캡처

결제 취소 관련 내용 등 공지에 언급 안 해

셀러들에게는 지난 16일 회사 운영이 중지됐다며 상품 출고 중지를 요청하는 연락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산과 관련해서는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미정산 여파를 한 차례 겪은 셀러들의 불안감은 크다. 

특히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면서도 구매한 제품의 결제 취소 관련 내용이나 정산에 관련된 사항은 일절 언급하지 않아 알렛츠의 무책임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알렛츠의 모든 직원들은 공지가 올라온 지난 16일 모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현재 고객센터 전화 연결 역시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알렛츠의 대표 상품이 고급 가구, 가전, 명품 등인 만큼 고가의 상품이 많은 데다 서비스 종료 통보 직전까지 쿠폰 행사 등을 진행한 터라, 미배송 관련 소비자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0~300만원에 달하는 가전 제품을 구매했다가 판매자에게 출고 중지 연락을 받거나, 주문했던 제품이 도착 전 회수되는 등 피해 사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소비자들은 '알렛츠 피해자 모임' 채팅방 등을 통해 현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 늦게 서비스 종료 공지 및 발송 불가 안내가 이뤄지면서 주말이 이어진 탓에, 판매자나 카드사에 연락을 하기 어려웠다는 토로도 나온다.

알레츠 서비스 종료에 따른 배송 중단 문자 ⓒ독자 제공

현재 알렛츠 측과의 연락은 사실상 두절된 상태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카드사를 통한 이의 제기나 할부계약 철회권‧항변권(2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분할 납부한 경우)을 행사하고 있다. 할부계약 철회·항변권은 할부로 구입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철회하거나, 서비스가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은 경우 잔여 할부금 납부를 거절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다.

다만 결제대행업체(PG사)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취소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 있다. 홈페이지의 결제 내역을 미리 확보하고, 물품이 배송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도 구비해 놓는 것이 좋다.

티메프 사태 이후 알렛츠 사태까지 발화하자,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의 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회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추락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실패한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연이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추락을 목격한 소비자들이 '최저가'가 아닌 '신뢰도'를 중시하며 매출 상위 플랫폼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투자 등이 불발되게 되면 이로 인해 운영에 영향을 받는 업체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며 "최저가를 선택하던 소비자들이 비교적 신뢰도가 형성된 메이저 플랫폼으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