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캡틴’ 손흥민, 7년 연속 1위 질주 [202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이강인·황희찬과 함께 한국 축구 ‘트로이카’ 시대 열어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홍명보 6위 진입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한국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인물은 역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었다. 같은 조사 7년 연속 1위다. 손흥민은 전문가가 뽑은 시사저널의 '202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78.4%의 지목률로 올해도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로 선정됐다. 지난해(69.6%)보다 지목률이 더 높아졌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도 손흥민은 78.2%로 압도적인 지목률을 보였다.
동일 인물이 7년 연속 1위에 이름을 올린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그의 영향력은 이미 스포츠계를 넘어섰다. 손흥민은 이번 조사의 대한민국 전체 영향력에서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당당히 공동 7위(4.6%)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축구 최고 무대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021~22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우뚝 섰던 손흥민은 올해 10번째 시즌을 소화한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리그에서만 17골을 넣었다. 공동 득점왕에 올랐던 2021~22 시즌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어느덧 30대에 들어섰지만, 손흥민은 기복 없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올해 초 열린 '2023 AFC 카타르아시안컵'에서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대2로 패했다. 졸전이었다. 외신들은 "이변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3위인 반면 요르단은 87위였다.
그런데 경기 후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주장' 손흥민이 준결승 전날 축구대표팀 후배들과 언쟁을 하다 손가락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밥을 일찍 먹은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려고 자리를 뜨자 저녁식사 자리를 팀 단합의 시간으로 생각해온 손흥민이 쓴소리를 하면서 사건이 일어났다. 손흥민은 결국 오른쪽 중지와 검지에 흰색 테이핑을 한 채 출전했고, 이날 한국 대표팀은 '유효슈팅 제로'라는 수모를 겪으며 충격패를 당했다. 당시 국민들의 충격은 너무나 컸다.
손흥민, A매치 통산 48골…차범근·황선홍 곧 넘어설 듯
아시안컵의 부진을 딛고, 지난 시즌 27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건재함을 알린 손흥민은 아시아 최고의 선수다.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과 EPL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FIFA가 주관하는 푸스카스상(전 세계 축구 경기 중 가장 멋진 골에 수여하는 상)도 받았다.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한 2022년 카타르월드컵 기간에는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세계적인 유명 선수들과 그라운드 위에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돼 리더십을 증명하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절정의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통산 127번의 A매치에 나서 48골을 넣은 손흥민은 대선배인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의 기록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손흥민을 국민 대다수가 여전히 응원하고, 기대하고 있는 게 이번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손흥민과 함께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은 전문가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 5위(6.6%)와 9위(4.0%)에 각각 올랐다. 이강인은 2년 연속 올랐고, 황희찬은 올해 첫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도 이강인은 11.0% 지목률로 4위에 랭크됐다. 황희찬은 순위권 밖인 12위(3.4%)로 나타났다.
이강인은 프랑스 소속 팀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29경기에 나서 12골을 폭발시켰다. EPL 입성 3시즌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손흥민에 이어 이강인과 황희찬의 도약으로 한국 축구의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전드' 김연아 등 영향력 여전…김연경, 일반인 3위
은퇴했음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는 '레전드' 스포츠인들도 이번 조사에서 순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은퇴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 '피겨 여제' 김연아는 17.8%의 지목률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 국민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에서도 2위(24.0%)에 랭크됐다. 2018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에 이어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홍보대사로 활약한 김연아는 선수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 동계 스포츠의 얼굴로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전문가 조사에서 6.2%의 지목률로 6위에 올랐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도 4.2%로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모두 순위권 밖이었다.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이자 '영원한 리베로'로 불리며 한국 축구 사상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는 홍명보 감독은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감독 선임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아서다. 정식 면접 없이 대표팀 감독을 뽑았다는 '특혜 시비'가 이번 사태의 쟁점이다. 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홍 감독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축구·골프·야구계의 전설 박지성(3위, 10.4%), 박세리(4위, 7.4%), 박찬호(10위, 2.6%) 등 이른바 '쓰리박'의 영향력도 여전했다. 전문가 조사에서 세 사람은 모두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성이 3위(10.4%), 박세리가 4위(7.4%), 박찬호가 10위(2.6%)였다. 일반 국민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에서도 박지성(6위, 8.2%)과 박세리(5위, 9.6%)는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박찬호는 13위(3.0%)로 나타났다.
최근 은퇴한 '배구 여제' 김연경은 일반 국민 조사에서 3위(12.0%)를, 전문가 조사에서는 7위(6.0%)를 각각 차지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국내로 복귀해 한화 이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전문가 8위·4.6%, 일반 국민 7위·5.4%)도 당당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와 유럽 축구 무대에서 활약하는 김하성·김민재·이정후 등 스타플레이어들 또한 전문가 조사에선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높은 대중적 인기를 발판 삼아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김하성은 공동 8위(4.2%), 김민재와 이정후는 공동 10위(3.6%)였다.
'202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2일부터 7월19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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