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협회도 맡아줘요”…정의선 회장, ‘양궁 신화’ 이렇게 일궜다
신화의 주인공들인 대한 궁사들은 좋은 성적을 낸 비결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대한양궁협회장·아시아양궁연맹회장)을 꼽았다.
임시현은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은 정의선 회장님”이라며 “회장님의 격려와 지원 덕분에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딴 김우진은 “공정한 협회가 있었기에 항상 모두가 공정한 위치에서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고 전했고, 대회장에서 정의선 회장과 포옹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안세영이 울음처럼 터뜨린 말들은 ‘협회의 부상 관리 미흡·소홀’, ‘단식 선수에게 복식을 강제하는 훈련 방식에 대한 불만’, ‘협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올림픽 출전 제한’, ‘7년간 막내로서 담당해야 했던 청소·빨래 등 관습’, ‘불합리한 트레이너 고용 방식’ 등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배드민턴협회는 선수 선발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2018년 세계 선수권 대회 출장 시에는 선수와 감독은 이코노미석, 임원진은 전원 비즈니스석에 탑승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배드민턴협회는 10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안세영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범국민적인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배드민턴협회도 맡으면 안 되느냐는 지적 섞인 요청도 다수 제기됐다. 정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파리올림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만난 취재진에 “우리 선수들 예상보다 더 잘했다”면서 이례적으로 “배드민턴도 잘했다”고 언급했다.
대한양궁협회장 정의선 회장은 기업 경영을 양궁에 접목한 결과인 ▲오랜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 달성 ▲비인기 종목임에도 대중적 신뢰와 폭넓은 지지 획득 ▲양궁협회를 국내 스포츠 단체 중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한 운영 등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공정한 선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원칙을 계승, 발전시켰다. 모두가 인정하는 대한양궁협회의 공정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립했다. 단기적인 성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오랜 기간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파리올림픽 3관왕 김우진은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에 대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공정하고 깨끗한 양궁협회,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지원해 주는 정의선 회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실업팀까지 모든 선수가 운동 계속하며 나아갈 수 있는 체계가 확실히 잡혀 있고, 공정한 협회가 있어 항상 모든 선수는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협회장님께서 한국 양궁이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위상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속 지원해 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양궁에 혁신을 접목한 것도 정 회장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이 끝난 직후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수들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에 나섰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즉시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센터를 주축으로 양궁협회와 함께 기술 지원방안을 협의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016년 리우올림픽을 위해 기술 지원을 쏟았고, 전 종목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후 대회 때마다 그룹의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새로운 훈련 장비를 도입했다. 이번 파리대회를 위해서는 개인 훈련을 도와주는 로봇을 비롯 기존 기술은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혁신 장비를 지원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선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긴장한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결승전을 위해 이동 중인 남자 국대대표 선수들과 마주친 정의선 회장은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팀 응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겠냐”며 “주눅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고 당부했다.
양궁의 저변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정 회장은 전국의 양궁 유관기관, 양궁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국 양궁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 전반의 신뢰를 구축했다. 투명성, 공정성 같은 기본적인 운영 원칙과 방향성은 제시하지만 협회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대한양궁협회가 원활하게 현장과 소통하고 내·외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기부금도 남다르다. 양궁협회의 기부금은 협회장인 정의선 회장이 기부한 83억원을 포함해 총 87억원에 달한다. 배드민턴 협회 기부금인 ‘0원’과 비교되는 숫자다. 협회의 역량 차이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정식으로 채택된 배드민턴 종목에서 우리 대표팀이 금메달 2개, 은메달과 동메달 각각 1개씩 따내는 쾌거를 이뤘지만, 현재까지 한국팀이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따낸 금메달은 7개에 그치고 있다. 양궁이 이룬 성적(32개)과는 차이가 크다.
대한양궁협회는 ‘모두가 즐겁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양궁 문화 구축’을 지향점으로 잡았다. 정 회장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혁신에 앞장서며, 양궁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하고 실천하자”고 강조한다. 양궁협회의 슬로건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쏘는 화살(Aim Higher, Shoot Togeth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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