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이제 진짜 끝일까?
韓 시장은 ‘3%’ 부족…“회복세 더뎌”
“우상향 움직임 속 조정장 염두에 둬야”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8월 초 글로벌 증시를 휘감았던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진화된 모습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 증시가 8월5일 당시 하락 분을 대부분 만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영향으로 한국 증시의 회복력은 타국에 비해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달 말까지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빅 이벤트가 산적해있는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조정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R의 공포' 진원지 美가 먼저 탈출…"코리아 디스카운트 탓"
19일 코스피 지수는 11시30분 현재 2690.04를 가리키고 있다. '피의 금요일, 검은 월요일'로 불린 지난 2일과 5일 당시 2441.55까지 후퇴했다가 상당폭 회복한 흐름이다. 다만 폭락장 이전인 1일 종가(2777.68) 기준으로는 아직 3%가량 회복이 덜 된 상태다. 코스닥도 현 시각 783.86으로, 폭락 직전(813.53) 대비 3.6%가량 부족하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 등 타국의 사정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뉴욕 증시는 경기침체 우려의 진원지인데도 불구하고 충격을 가장 먼저 벗어났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다우존스평균지수는 4만659.76, S&P500지수는 5554.25, 나스닥 지수는 1만7631.72로 마감했다. '검은 금요일' 직전인 지난 1일 종가보다 모두 0.7~2.5%가량 높은 수치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도 1일 종가 3만8126.33에서 5일 종가 3만1458.42로 18%가량 떨어졌으나, 16일 종가(3만8062.67) 기준으로 폭락 분을 99.9% 만회한 상태다. 대만의 가권지수도 기존 2만2600 선에서 폭락장 당시 1만9800 선까지 13%가량 떨어졌으나, 16일 종가 기준 2만2349.33까지 올라 폭락 분을 99% 가까이 회복했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 회복력이 타국에 비해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우리 증시의 상대적으로 큰 낙폭과 더딘 회복속도에 대해 아쉬워하는 평가가 있음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 증시는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 지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주요 수급원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빠지고 느리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기침체 우려 완전 해소는 아냐…단기 차익실현 거세질 수도"
관건은 이 같은 장세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여부다. 세계 시장에서는 'R의 공포'는 해소됐다는 데 힘이 실린다. 미국의 각종 경기 지표가 "경기침체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면서다. 주요 경기 지표인 미국의 7월 소매판매(7097억 달러, 전월 대비 1.0% 증가)와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51.4, 전월 대비 2.6포인트 상승)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당분간 조정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전체적 증시 방향성은 우상향하고 있지만, 이달까지 예정된 빅이벤트를 소화하는 와중에 차익실현 움직임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22일에는 한국의 기준금리 수준이 결정되며,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된다. 이튿날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예정돼있다. 글로벌 증시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이벤트가 산적해있는 셈이다. 또 이달 말까지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던 경기 침체 우려 등은 대부분 소멸했으나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반등의 속도와 폭이 훨씬 강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방향성은 여전히 위로 보고 있지만 조금 쉬어갈 수 있다. 조정분을 메꾼 다음에 더 상승하려면 물가 지표 등의 추가 재료가 필요한데 다음 달 초까지는 이를 확인할 일정이 없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산업생산과 주택경기 등 일부 실물지표의 둔화세가 가시화되고 있어 경기침체 리스크가 깔끔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충분치 않다"면서 "현재 제자리걸음 중인 중국의 경기 상황도 글로벌 경기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초 수준으로 지수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을 포함한 최근 위기의 불씨가 소멸돼야 하지만 각종 지표 일정상 9월 초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주요 이벤트를 치르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의 단기 차익 실현 욕구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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