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부릴 때 아냐”…가을야구, 류현진이 바라는 한 가지[스경x인터뷰]
류현진(37·한화)은 지난 18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6회까지 1실점 호투했다.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주현상과 한승혁 등 핵심 불펜 2명에겐 연투에 따른 휴식이 부여됐다. 류현진은 선두 타자 이지영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주자를 내보냈다. 무사 1루에선 김성현을 체인지업 3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최지훈과 상대하기 전 박상원과 교체됐다. 선발, 그중에서도 ‘에이스’로 불리는 투수로서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을 법한 상황. 류현진은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복귀한 류현진은 시즌 초반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4월5일 고척 키움전에선 한 경기 최다 9실점을 기록했고, ABS에 적응하지 못하며 불만을 쏟아낸 적도 있다. 시즌을 치르며 안정권에 접어든 그는 “내려놓는 순간 조금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이날 류현진이 군말 없이 마운드를 내려온 이유도 비슷하다. 경기 뒤 7회를 직접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냐는 물음에 류현진은 “이젠 그런 욕심 부릴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순리대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은 이날 6.1이닝 6안타 1볼넷 8삼진 1실점 호투로 팀의 7-1 완승을 이끌며 시즌 7승(7패)째를 수확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 주 2회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주)현상이와 (한)승혁이가 2연투를 해서 오늘 못 던지는 상황이라, 그 부분을 채우려고 했다”며 “타자들이 그만큼 점수를 내줘서 좋은 흐름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 한화는 이날 요나단 페라자, 최재훈, 장진혁(2개)의 홈런으로만 7점을 뽑았다.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이 정말 훌륭한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준 덕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4점대로 치솟았던 평균자책도 3.97까지 낮췄다. 이번 시즌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두 자릿수 승수에 성큼 다가섰다. 그는 “10승을 하면 좋은데, 10승보단 평균자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에 가기 전에 이미 연속 10승 기록이 끊어졌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고 전했다.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은 2011년까지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기다가 메이저리그(MLB) 진출 직전 해인 2012년 9승9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평균자책 외엔 개인 성적 욕심을 내지 않고 있다. 이보다 더 큰 ‘가을야구’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주말(16~18일) 인천 3연전을 싹쓸이하며 5위 SSG와 격차를 2.5경기까지 줄였다. 3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막판 뒤집기도 가능한 격차다. SSG와 10위 키움의 승차가 6경기에 불과한데, 이 사이에 KT, 한화, 롯데, NC가 자리하고 있다.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
류현진은 순위표 확인을 하고 있냐는 물음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웃으며 “쫓아가는 입장이라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야 한다. 격차가 좁혀진 지금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인천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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