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죽령과 대재[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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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이 기획한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걷기가 2019년 1월부터 시작되었고, 올해 봄까지 그 길을 필자는 여덟 번 걸어갔다.
그리고 그 길 위의 죽령옛길과도 당연히 여덟 번이나 반가운 만남을 가졌는데, 그때마다 맑고 깨끗한 기운을 아무 대가 없이 듬뿍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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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이 기획한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걷기가 2019년 1월부터 시작되었고, 올해 봄까지 그 길을 필자는 여덟 번 걸어갔다. 그리고 그 길 위의 죽령옛길과도 당연히 여덟 번이나 반가운 만남을 가졌는데, 그때마다 맑고 깨끗한 기운을 아무 대가 없이 듬뿍 받는다. 왜 그렇게 똑같은 길을 걷고 똑같은 고개를 넘느냐, 혹시 지겹지는 않은지 묻는 사람이 많다. 필자는 걷고 넘는 동안만큼은 직장 근무와 나만의 글쓰기에 바쁜 일상을 잠시 잊고 한가함과 정겨움, 순수함을 맘껏 누린다. 퇴계 선생이 필자에게 선물해준 역사의 한 줄기 빛이다.
죽령옛길은 둘로 나뉜다. 북쪽 단양군의 죽령옛길은 죽령천의 계곡을 흐르는 시원스러운 물소리와 함께 가는 완만하고 긴 숲길이다. 남쪽 영주시의 죽령옛길은 물소리도 숨죽인 나뭇잎의 바람 소리와 새소리만이 함께 가는 급하고 짧은 숲길이다. 걸어서 오르고 내리며 만나는 풀과 나무와 꽃과 열매, 벌과 나비와 마을, 사과밭과 사람 등등…. 표현력이 떨어지는 필자는 그 느낌을 글로 풀어낼 자신이 없다. 누구든 직접 걸어서 넘어보면 다 느끼고 알 것이라 자신한다. 문경새재길은 전국적으로 유명해 오르내리는 사람으로 늘 붐비지만 죽령옛길, 특히 단양군의 죽령옛길은 아직도 찾는 이가 많지 않다. 필자로서는 아깝고 아쉽다. 옛사람들이 넘나들던 좁은 오솔길의 느낌이 훨씬 짙게 담겨 있어 더욱 그렇다.
죽령옛길 관련 소개 글에 잘못된 내용이 간간이 눈에 띈다. ‘옛사람들이 죽령이라 불렀고 대재라고도 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는 대재라고만 불렀고, 한자 竹(대 죽)과 嶺(고개·재 령)의 뜻을 빌려 竹嶺(죽령)이라 표기했을 뿐이다. 지금은 죽령이 일반화하면서 수천 년간 불러온 대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한자의 소리인 조령으로 부르지 않고 문경새재라 하는 것처럼 죽령옛길보다는 단양대재 또는 영주대재라고 하면 어떨까? 만약 두 지자체가 합의를 보지 못하면 대재옛길이라고 명명해도 좋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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