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주택을 아시나요?" 90년대생들, 국회 찾은 이유
"다중 주택을 아시나요? 저희는 전세사기 특별법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다중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A씨)
다중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19일 국회를 찾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피해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방안 등 여야가 논의 중인 구제안에 다중주택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피해자들은 현재 건물 관리도 되지 않고 있어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등의 어려움도 많다고 호소했다.
서울 관악·동작구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참여연대,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장인 박주민 의원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도 함께 했다.
다중 주택이란 개별 취사시설을 두지 않는 등 독립된 주거 형태를 갖추지 않은 단독주택을 말한다. 고시원이나 쉐어하우스, 하숙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법적으로는 '주택'이지만 취사시설 설치가 불가하다보니 국토교통부와 LH는 이를 임대 명목으로 매입할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총 26명 세입자가 살고 있는 다중주택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A씨는 "국회에서 구제안으로 논의되는 방안에 다중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전세사기 지원 정책의 적용을 못 받는 현실에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A씨는 본인이 계약한 다중주택이 불법 건축물이었지만, 계약 과정에서는 확인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는 다중주택으로 인허가를 받은 뒤 개별 취사시설을 불법으로 개조해 일반 원룸처럼 임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행 제도에서는 위반 건축물임에도 임대 제약이 없고, 일반건축물 대장을 확인해도 위반건축물이 아니다. (계약 과정에서) 임차인이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이어 "나라를 원망하려는 게 아니다. 제 말이 국회에 닿고 나라에 닿길 바라는 마음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다중주택과 근린생활시설 임차인들 또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개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다중주택 전세사기주택에 대한 건물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임차인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다중주택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B씨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난지 반년이 넘어가고 있다"며 "법률 상담을 받아보니 공동주택에 대한 건물관리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데 단독주택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김남근 의원은 "LH는 다중주택은 원래 장기 거주하는 주택이 아니라며 장기 임대주택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다중주택도 특별법을 개정할 때 피해구제 범위에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고, LH도 경직된 행정에서 벗어나 실질적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세입자114 운영위원장인 김태근 변호사는 "다중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최소 3분의 1 가량의 보증금을 보장받도록 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동작·관악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93년생이다. 이 분들이 전세사기 피해 범죄로 좌절하고 국가에 실망하지 않도록 조금 더 적극적인 대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여야는 8월 내 처리를 목표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선 구제·후 회수' 방안을 주장해온 야당이 정부·여당의 대안에 전향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협상에 물꼬가 튼 분위기다.
정부·여당안에 따르면 정부는 경매 차익을 공공임대 보증금으로 전환해 월세를 차감하고, 부족할 시 10년간 재정을 보조한다. 피해자가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시세 대비 50~70% 할인된 비용으로 10년 더 거주할 수 있다. 피해자가 피해주택에서 살기를 원치 않을 경우 인근의 공공임대주택을 구해주며, 바로 퇴거하길 원하면 배당액과 경매 차액을 돌려받고 퇴거할 수 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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