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윤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에 나흘째 무반응
“예단하지 않고 지켜볼 예정…신중 검토해야”
윤 대통령 대화협의체 제안에 호응 가능성 낮아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 발표를 두고 나흘째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독트린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현재까지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다”라며 “북한의 반응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직접 구체적으로 북한에 대화를 제안한 것이고, 전제 조건 없는 대화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라며 “또 실무급 대화 제안으로서 서로 부담 없이 상호 대화의 의사를 밝힌 만큼 북한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구 대변인은 최근 북한의 수해 피해를 언급하며 “이런 상황들도 북한의 반응에 또는 태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단정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했다. 대화협의체에서 긴장 완화를 비롯해 경제협력, 인적 왕래, 문화 교류, 재난 및 기후변화 대응,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문제 등 인도적 현안 등을 다루자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을 풀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언급하지 않아 형식적인 대화 제안이란 비판과 함께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북한 ‘주민’에게 자유의 가치를 심어 통일을 이룬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외려 북한이 반발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대화협의체 제안을 두고 “북한이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놓고는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제시했고, 모든 의제에 열려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기 때문”이라며 “북한 당국도 나름대로 미국 대선이라든지 여러 가지 상황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최근 남측의 인도적 지원이나 대화 제안을 두고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 8일 정부가 수해 지원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을 때도 호응 여부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신 “적은 변할 수 없는 적”, “한국 쓰레기들” 등 남측을 비난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북한이 지난해 말 남측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등 남북 간 단절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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