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다른 그녀'와는 또다른 현실, 공공근로의 민낯 [추적+]
공공근로 확대로 달성한 고용률
하지만 공공근로는 단기일자리
청년도 노인도 단순 노무가 전부
공공근로 예산 관리도 엉망진창
올바른 일자리 정책 검토도 방해
공공근로 일자리 제도 개선 필요
63.5%. 올 6월 고용률이다. 6월 기준으로 보면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이 고용률은 사실상 취업이라고 말하기 힘든 단기 일자리까지 포함한 통계다. 공공근로도 단기 일자리에 속한다. 그런데 일자리 제공자인 정부나 지자체도, 공공근로자도 공공근로를 '단순노무'쯤으로 여긴다. 공공근로가 이상하게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최근 꽤 재밌게 보던 주말드라마 한편이 종영했다. JTBC에서 방영한 '낮과 밤이 다른 그녀'라는 드라마다. 20대 취준생 이미진(정은지 분)이 낮에는 50대의 임순(이정은 분)의 몸으로 바뀐다는 설정 아래, 이미진이자 동시에 임순인 주인공이 검찰청에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20대 이미진은 공무원 시험에 매번 실패하지만 50대 임순으로 몸이 바뀐 후 검찰청의 시니어 공공근로자로 일한다. 임순은 주로 환경정화, 청소, 잡무 등 외근직을 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검찰 사무를 보조하는 내근직을 맡는다. 이미진은 취업에 좌절한 경험이 있기에 공무원이 아닌 공공근로에도 나름 만족하며 산다.
다만, 드라마 속 시니어 공공근로자들은 모두 살인 사건과 연관돼 있다. 그들은 살인을 당한 자, 살인을 목격한 자, 살인 사건 담당 형사, 살해 용의자, 그리고 한명은 진짜 살인자다. 드라마 작가가 왜 인물들을 이렇게 설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공근로를 비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가령, 임순은 시니어 기준인 '만 60세 이상'이 아니어서 탈락이다. 외근직 시니어가 내근직 실무관으로 발탁되는 일도 불가능에 가깝다. 동기 인턴인 경찰공무원 은퇴자는 연금이 있기 때문에, 병원 원장은 재산이 있어서 자격 미달이다. 이렇게 잘못 알려진 공공근로 일자리를 좀 짚어볼까 한다.
우선 공공근로 사업은 전국 19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2274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근거법은 고용정책기본법이다. 취업 취약계층에게 일시적으로 공공일자리를 제공해 생계를 지원하고, 자활과 취업 의지를 끌어올리는 게 목적이다. 지역별로 '공공'이란 말 대신 희망, 안심, 동행 등의 단어를 쓰기도 해서 다르게 보이지만 모두 같은 공공근로 일자리다.
월급은 일급(최저임금×근무시간)으로 계산한다. 여기에 교통비와 간식비 5000원, 기타 수당 등이 붙는다. 4대 보험을 적용하기 때문에 조건 충족 시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연령대별로 다양한 공공근로 일자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노인 공공근로 일자리가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용시장이 침체하자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렸는데, 이때 노인 공공근로 일자리 수도 증가했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건 공공근로의 정당성이다. 한편에선 '일은 대충 해도 돈은 주는, 쉬운 공공 알바'란 비판을 내놓는다. 정부가 '일자리 통계'를 포장하기 위해 공공근로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숱하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공공근로는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니다. 일하는 장소만 다를 뿐 청년이든 노인이든 단순 잡무가 대다수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공공근로 예산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9월 고흥군 공무직 직원은 공공근로 중도포기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3억원 상당의 급여를 가로챈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데, 최근 기소됐다.
지난 8월 2일엔 청주시 공무원이 대학생 공공근로 예산 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수억원의 예산이 새어나가는데도 몰랐다는 건 그만큼 공공근로 사업의 계획, 집행, 정산, 평가 과정이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이쯤 되면 공공근로 일자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청년층에게는 단순 사무가 아닌 진로가 연관된 업무를 배치하는 식이다. 노인층에게도 환경정화·청소 등이 아니라 그간 쌓아 온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업무를 부여하면 효율적일 듯하다. 일회성 공공근로가 아닌 공공부문의 지속적인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공공근로는 정책을 홍보하거나 일자리 수를 포장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공공근로 예산도 결국은 혈세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주인공이 공공근로를 통해 적성을 찾는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하게 만드는 건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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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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