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첫 승부 '해병특검법'…'빈손 협상'되면 둘다 패자
與 "위헌적 특검안 철회부터" 속도조절…금투세 등 협의 주목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양당 대표 회동에 공감대를 이뤘다. 표면적으로 양당 대표 모두 민생법안 논의를 내세웠지만 해병대원 특검법에 합의할 수 있느냐가 최대 쟁점이다.
한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신임 당 대표님의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어제 하신 대표 회담의 제의도 대단히 환영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전날 열린 제1회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총득표율 85.4%로 연임을 확정한 뒤 한 대표에게 '대표회담'을 제안하자 한 대표가 화답한 것이다.
이 대표도 이날 "한동훈 대표께서 여야 대표 회담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지금 대표 비서실장에게 실무 협의를 지시해놓은 상태"라면서 "빠른 시간 내 만나 민생 문제,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한 대표와 회동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두 여야 수장은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야당 대표 자격으로 한 차례 회동한 바 있다. 지난달 한 대표에 이어 이 대표 연임을 계기로 두 번째 대화를 위한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다.
당시 첫 상견례 자리에서 이 대표가 한 대표에게 협력을 제안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참사 특별법)은 4달여 뒤 윤재옥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동훈-이재명 당 대표간 회동이 성사되면 핵심 안건은 해병대원 특검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대표 제안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여야가 협의할 여지는 생겼다.
이 대표는 전날 한 대표를 향해 "가장 큰 쟁점인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민주당발의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께서도 제3자 특검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표면상 한 대표와 이 대표 뜻이 합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당 내 셈법은 복잡하다. 제3자 특검법 추진을 향한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반대 기류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특검안을 발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박 원내대표에게서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 수용 입장을 확인한 뒤 이른바 '제보공작 의혹'까지 특검 수사 대상에 추가하자고 제안한 배경에도 '시간끌기용' '야당 내분 유발' '친윤계 의원 포섭'을 위한 밑그림이라는 해석이 따라붙고 있어 이 대표와의 협의에도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보공작 의혹은 민주당 보좌관 출신이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변호인인 김규현 변호사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설을 언론을 통해 흘리기로 기획했다는 의혹이다. 친윤석열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이 당내에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다. 반면 야권에서는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막후에 김건희 여사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당내에서 필요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가)제3자 특검안을 수용할 진정성이 있다면 이미 제출한 위헌적 특검안을 철회하고 더 이상 특검법 발의와 탄핵청문회를 중단하겠다는 선언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 연금개혁을 비롯한 민생 현안 처리에는 여야 대표가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생을 위한 대승적 협력 정치를 이재명 대표님과 함께하고 싶다"며 "금투세 폐지 등 시급한 민생 현안들에 대해 조만간 뵙고 많은 말씀을 나누겠다"고 했다.
이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의 목적은 뭐니뭐니 해도 먹고 사는 문제, 먹사니즘"이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을 구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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