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야담’의 저자가 말하는 ‘파묘’보다 오싹한 조선 귀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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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서서히 저물고 가을이 시작된다는 절기 '입추'가 지나고, 더위가 사라진다는 '처서'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가마솥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선시대는 괴이하여 이성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인 '괴력난신'을 기록하는 것은 국가 지배사상이었던 유교에 어긋나기 때문에 공식적 기록에는 귀신이나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는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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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서서히 저물고 가을이 시작된다는 절기 ‘입추’가 지나고, 더위가 사라진다는 ‘처서’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가마솥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여름에는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소설이나 영화가 인기다. 이쯤에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우리 조상들도 더위를 잊게 하는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즐겼을까.
조선시대는 괴이하여 이성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인 ‘괴력난신’을 기록하는 것은 국가 지배사상이었던 유교에 어긋나기 때문에 공식적 기록에는 귀신이나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는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몰래 숨기듯 적어놓은 것들이 많았다.
전근대 한국과 동아시아 귀신 서사를 연구하는 정솔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발행한 웹진 ‘담談’ 8월호에 “유몽인의 첩 귀신, ‘애귀’ 이야기”라는 글에서 조선 중기 문인 유몽인(1559~1623)이 본인의 집에 붙은 귀신에 관해 쓴 기록으로 섬뜩한 조선 시대 기담을 들려준다.
유몽인은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어우야담’을 쓴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 유몽인이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라면서 귀신에 관한 이야기를 남긴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어우야담은 공식 기록이기 때문에 괴력난신을 쓰기에는 유가적 글쓰기에 맞지 않아 ‘묵호고’라는 또 다른 책에 기록을 남겼다는 점이다.
유몽인은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고 죽기 2년 전인 1621년 자기 집에 붙은 첩 귀신 ‘애귀’가 일으킨 화(禍)에 대해 묵호고에 무려 32쪽에 걸쳐 상세히 기록했다. 1618년 유몽인의 아내 신씨가 백약이 무효한 폐병을 앓다가 죽었는데, 집안사람들이 당시 유명한 무당 복동을 찾아가 물어본 결과 신씨의 침실 밖 장독에 저주 인형과 글귀를 묻어놨기 때문이며, 이는 유몽인의 첩 ‘오애개’가 저지른 짓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애개를 심문한 결과, 사실임이 드러나 유몽인은 종들을 시켜 애개를 독살했다.
애개는 죽은 이튿날부터 귀신이 돼 집으로 들어앉아, 유몽인의 아들 유약의 첩 박 씨에게 씌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가 하면, 종과 가축들까지 죽어 나가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유몽인은 불교에서 죽은 자를 심판한다는 저승의 열 명의 왕에게 애귀를 잡아가 달라고 상소를 세 편 쓰고 글을 태워 저승으로 보내자 비로소 애귀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유몽인이 이런 글을 쓴 것은, 글을 쓸 당시 이미 파직당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첩의 귀신이 붙어 집안을 망친다’는 세간의 인식에 어느 정도 동조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또 저승에 올리는 상소문을 통해 애귀를 소멸시켰다는 것으로 자신의 글솜씨는 천지신명과 귀신조차 감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유가에서 금기시하는 괴력난신 이야기를 쓴 것이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인간 유몽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라고 평가했다.
유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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