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 대신 이산화탄소로 폴리우레탄 원료 만든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폴리우레탄의 원료 물질을 만드는 일러스트. 화학연 제공

국내 연구팀이 유용하지만 유독한 가스인 포스겐 대신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폴리우레탄(PU) 원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방식과 비교해 탄소 배출, 인체·환경 유해성을 줄이면서도 생산 효율을 높였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진희 화학공정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안진주 선임연구원, 박지훈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쓰는 새로운 '메틸렌 디페닐 디이소시아네이트(MDI)' 제조 촉매·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 8월호와 '그린 케미스트리' 7월호에 게재됐다.

폴리우레탄은 단열재, 놀이터 바닥재, 자동차 내장재, 매트리스 등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이다. 폴리올과 이소시아네이트라는 2가지 원료를 반응시켜 만든다. 폴리올은 합성이 쉬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를 재활용하는 기술이 상용화됐지만 대표적인 이소시아네이트인 MDI 제조에는 여전히 포스겐(Phosgene)이라는 독성 가스가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의 종류와 폴리우레탄의 원료 물질. 화학연 제공

연구팀은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일산화탄소(CO)와 수소(H2)가 섞인 합성가스로 바꾸는 이산화탄소 재활용 공정을 도입했다. 수소는 MDI 제조의 첫 단계인 아닐린 제조 과정에 쓰인다. 일산화탄소는 메탄올, 산소와 함께 포스겐이 쓰이는 공정을 대체하는 데 쓰인다. 

포스겐 대체 공정은 효율이 낮다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반응성이 높은 팔라듐-이산화티타늄(Pd-TiO2) 촉매를 개발한 뒤 반응물질을 한꺼번에 넣지 않고 메탄올을 먼저 넣고 일산화탄소와 산소를 나중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반응 부산물을 줄여 공정 효율을 향상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의 공정별 반응 조건·결과를 수치화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존 포스겐 사용 공정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6.1%, 인체 독성 영향은 2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성과는 연구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전과정 평가(LCA)를 실시했다는 게 강점이다. 전과정 평가는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생산·유통·사용·폐기까지 자원과 에너지, 오염물질 배출을 정량화해 잠재적 환경영향을 평가한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올해 연속공정 개발과 공정 통합화를 진행하고 2030년경 실증을 통해 기술 양용화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유해 가스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전환을 통한 폴리우레탄 핵심원료 제조 기술을 확보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ej.2024.153012
- doi.org/10.1039/D4GC01045K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