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많이 먹었죠” 오키나와 사구 악몽, 日 괴짜 감독 화나게 했는데…그때의 황동재 잊어주세요, 박진만도 믿고 본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2024. 8. 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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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의 투구가 전환점이 됐다.”

삼성 라이온즈 유망주 투수 황동재는 경운중-경북고 졸업 후 2020 1차지명으로 삼성의 선택을 받았다. 강속구 파이어볼러로 큰 기대를 모았다. 경북고 1년 선배 원태인과 삼성의 선발진을 이끌 미래가 되어주길 삼성 팬들은 바랐다.

하지만 쉽게 1군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2020시즌 1경기 평균자책점 54.00, 2021년은 팔꿈치 수술 여파와 함께 2군에서만 뛰었다. 2022시즌 16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7.06, 2023시즌 7경기 5패 평균자책점 5패로 아쉬움을 남겼다. 1군 통산 24경기 1승 8패 평균자책 7.70, 퓨처스 통산 26경기 7승 6패 1홀드 평균자책 3.25를 기록했다.

삼성 황동재. 사진=김영구 기자
삼성 황동재. 사진=김영구 기자
아픈 손가락이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좌완 이승현, 최채흥, 이호성과 함께 5선발 경쟁 무대에 섰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일본 팀과 연습 경기를 통해 시험 무대에 섰는데 웃지 못했다. 제구 난조가 또 발목을 잡았다.

황동재는 삼성의 연습경기 첫 경기였던 11일 주니치 드래곤즈전 선발로 나왔다. 그러나 당시 1이닝 2피안타 4볼넷 5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특히 2월 17일 일본 오키나와 나고 타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와 연습경기에서는 3개의 몸에 맞는 볼과 함께 1이닝 1피안타 4사사구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상대 팀 감독이었던 신조 쓰요시 감독은 “진짜 무서웠다. 선수들이 골절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이날 황동재뿐만이 아니라 삼성 투수진은 사사구 15개를 내줬는데 이 가운데 몸에 맞는 볼이 7개였다.

이때의 쓴약을 먹어야 했던 황동재지만, 6개월이 흐른 지금 쓴약은 보약이 됐다. 지금의 황동재는 제구 난조로 불안함을 보이는 투수가 아니다. 올 시즌 10경기에 나와 1패 평균자책 3.92.

삼성 황동재. 사진=김영구 기자
비록 5선발 경쟁에서 탈락하며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2군에서 착실하게 몸을 만든 황동재는 6월 3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5이닝 3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후 7월은 불펜으로만 7경기 나와 평균자책 3.48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8월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좌완 이승현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자, 박진만 감독은 다시 황동재 선발 카드를 꺼냈다. 47일 만에 선발 등판에서 5이닝 4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2022년 5월 5일 대구 NC 다이노스전(6.2이닝 5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 이후 834일 만의 승리는 놓쳤으나 황동재의 투구는 훌륭했다. 최고 구속 148km 강속구가 NC 타선을 압도했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도 “황동재 선수가 본인 역할을 충분히 해주며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구 불안의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황동재지만 시즌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내준 볼넷은 6개에 불과하다. 경기당 평균 한 개가 되지 않는다.

박진만 감독은 “본인이 오키나와에서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일본 팀과의 경기에 나선 이후 본인 스스로도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 오키나와에서의 투구가 전환점이 되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동재는 불펜에 있다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왔는데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레예스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데 단비 같은 존재다”라고 칭찬했다.

삼성 황동재. 사진=김영구 기자
황동재뿐만이 아니다. 삼성은 일본 팀과의 연습경기를 진행할 때는 젊은 투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박권후, 최채흥, 홍원표, 김서준, 이승민, 좌완 이승현, 이호성, 최하늘 등이 기회를 부여 받았다. 베테랑 선수들과 핵심 선수들은 국내 팀과의 연습 경기 때부터 나왔다.

최채흥은 시즌 출발이 늦었지만, 최근 불펜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이승민과 이호성도 기복이 있지만 팀 사정에 맞춰 선발과 불펜을 오가고 있다. 좌완 이승현은 부상으로 빠진 게 아쉽지만 선발 전향 첫 시즌에 훌륭한 피칭으로 박진만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외의 젊은 투수들도 2군에서 기량을 다듬으며 콜업을 기다리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우리가 일본 스프링캠프 기간 일본 팀과 경기를 많이 했다. 매일 지니까, 욕도 많이 먹었다”라고 웃으며 “그런 경험이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토대가 됐을 것이다. 일본 팀은 대부분이 주전이었다. 실력 좋은 선수들과 싸으면서 기술도 좋아지고 경험도 쌓았다고 생각한다. 투수진은 물론 야수진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좋아졌다”라고 미소 지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이승현은 정규 시즌 내 복귀가 불투명하며,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데니 레예스도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황동재와 젊은 투수들의 감독의 믿음에 걸맞은 활약으로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창원=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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