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반국가세력들 곳곳에서 암약…전 국민 항전 의지 높여야”
과거 여러 차례 야당 겨냥 “반국가세력” 언급
민주 “국무회의를 극우 결집용 정쟁의 장으로”
대통령실, 이념 논쟁 지적에 “지나친 해석”
윤석열 대통령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시작된 19일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반국가세력을 다시 소환했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훈련인 UFS 연습을 계기로 재차 이념 논쟁을 정치권 한복판으로 끌고온 것이다. 근거도 없이 색깔론을 꺼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로막고, 보수 결집을 위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현재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북의 도발,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에서 보다시피 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과 같은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반국가세력)을 동원해 폭력, 여론몰이, 선전 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라며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국가세력이 사회 곳곳에 있고 북한은 이들을 동원해 국내 여론몰이에 나설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반국가세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반대하는 국내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윤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 세력, 즉 야권을 겨냥한 맥락으로 반국가세력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만인 2022년 10월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6월에는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교적 명확하게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이 주요 선거를 앞두고 “반국가세력” “종북세력”을 언급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에서 참패한 뒤에는 한동안 언급을 삼가는 패턴도 반복됐다. 4·15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고 이후에는 한동안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념 논란으로 사상 초유의 반쪽짜리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지난 15일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다음날인 이날까지 윤 대통령은 다시 “반국가세력”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 반국가 프레임을 씌워 건전한 토론을 막는 시도는 철 지난 색깔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념 문제를 끌고 와 사회 통합보다는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 역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을 향해 “빨갱이 소탕 작전이라도 벌이겠다는 뜻인가”라며 “국무회의를 극우 지지층 결집용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위험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에 대해 “지나친 해석”이라면서 “오늘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위협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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