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거짓 자백·성희롱, 어도어 전 부대표의 3가지 그림자 [이슈&톡]

김지현 기자 2024. 8. 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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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경영권 탈취, 모의 시나리오, 성희롱. 하이브와 어도어 전쟁의 중심에는 늘 어도어 전 부대표 A씨가 있다.

'민희진의 오른팔'로 불리는 A씨는 이번 전쟁의 핵심 쟁점인 '경영권 탈취 논란'과 관련해 중추 브레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시나리오가 민희진 대표와 A씨의 사적 농담으로 만들어진 상상에 불과하든, A씨의 개인 메모에 불과하든 '어도어를 빈껍데기로 만들어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자'는 시나리오는 A씨의 '뇌'에서 나왔다.

A씨의 메모는 끄적인 것으로 보기엔 사뭇 진지하고 스케일도 크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하이브가 자신들이 원하는 펀드사에 어도어의 지분을 매각할지 검토했고, 현실 가능성을 전문 애널리스트에게 의뢰했다. 하이브가 감사를 통해 해당 문서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경영권 탈취 근거로 제시하자 민희진 대표와 A씨는 앵무새처럼 답변을 반복했다. "A씨의 개인 메모일 뿐이다", "직원들끼리 농담할 수 있잖아요"다.

, ▶"경영권 탈취 과정을 도우면 민희진에게 3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받기로 약속 받았다."

어도어 전 부대표 A씨는 하이브 감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우면 3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준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차마 농담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는 말은 A씨에게 '낫을 거꾸로 보면 니은자가 된다'라는 말이 된다. A씨는 돌연 "하이브의 감사가 강압적이라 거짓 자백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중요 자백을 받았다고 판단한 하이브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 밖에 없다. 물론 A씨의 자백은 애초 하이브의 자체 감사로 확보된 진술일 뿐이다. 하이브 감사는 법적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

민희진 대표는 어도어 연임에 성공한 후 주최한 2차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말장난은 하지 말자"고 하이브에 경고했다. 그러나 정작 말장난을 가장 잘하는 인물은 그녀의 오른팔, 어도어 전 부대표 A씨다. A씨는 하이브의 압박할 때 마다 틈새를 통해 빠져나갔다. '경영권 탈취 문건'은 '개인 메모'가 됐고, '자백'은 '무서워서 한 거짓말'이 됐다.

중요한 건 A씨가 틈새를 비집고 논란에서 빠져나갈 때 마다 그의 허점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빙성 여부'다. 평범한 직장인은 '회사의 경영권 독립 방안'을 담은 개인 메모를 물리적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작성하지 않는다. 어도어 간부라지만 어차피 그는 하이브의 월급을 받는 월급 쟁이이다. 그런 A씨가 왜 그토록 민희진 대표만큼 어도어 분리를 열망했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민희진 대표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 자신에게 하이브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야근 때 배달앱에서 결제한 (얼마 안되는) 법인 카드 내역을 언급했다. 당시에도 풋옵션 행사을 통해 언제든지 수천 억 원을 받을 수 있는 K팝 거물이었던 그녀는 대중의 정서을 건드리며 잠시나마 과도한 업무에 억눌린 K-직장인들의 전사가 될 수 있었다.

의아한 건 제대로 식사를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는 민희진 대표와 A씨는 틈이 날 때마다 A씨와 '어도어의 경영권 독립'을 논의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에 따르면 농담인데, 이들은 농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두 사람은 바쁜 시간을 쪼개 '경영권 독립 농담'을 즐겼다. A씨 역시 부지런하게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카톡으로, 문건으로 보고했다.

지난 4월 A씨는 하이브에 민희진 대표와 경영권 탈취를 공모했다고 털어놨다. 거짓말이었다는 A씨의 발언은 꽤 구체적이다. 그는 진술 당시, ▶ "민희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의 0.3%를 받기로 했다"며 "0.3%면 30억쯤 될 거고, 고생하고 나면 세금 내고 아파트 한 채는 생기겠구나' 싶었다" 실토했다.

이 위험한 거래의 진실 여부는 사법 기관이 가릴 일이지만, 적어도 월급쟁이 A씨가 왜 열심히 경영권 탈취 모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는지 설명할 근거는 될 수 있다.

A씨를 둘러싼 남은 쟁점, ▶성희롱 은폐 의혹 논란이다. 어도어 전 직원 B씨는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했다고 밝히고 있다. A씨가 원치 않는 광고주와의 술자리 참석을 강요했다는 주장. B씨가 참석을 거부했음에도 '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석을 요구했다는 것.

또 B씨는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이 거의 매일 있었다며 용기 내 신고를 결심했을 때 어도어 직원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이브가 해당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자 민희진 대표가 A씨를 감싸며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로 인해 조사가 공정하기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민희진 대표 뒤에서 침묵을 지키던 A시는 19일 일간스포츠를 통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B씨가 요구한 사과 대신 B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성희롱도 괴롭힘도 없었다는 해명이다.

먼저 논란이 된 '어린 여성'과 관련해서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루아침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성희롱 가해자'라는 딱지가 붙었다:라며 "당혹스러워 B씨에게 정정 요청을 하니 '왜 입막음 하냐'라고 하더라. 혐의를 깨끗이 벗기 위해 고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민희진의 오른팔'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올해 2월 1일에 입사했는데 어떻게 제가 오른팔이겠느냐. 민희진 대표를 회의에서 두세 번 뵀을 뿐"이라며 “제가 오른팔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는데 이런 프레임을 만드는 것을 보면 분명한 의도가 느껴져 무섭다”고 말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두 세 번 본 사이에 불과한 민희진 대표와 나눈 논란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건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희진 대표와 특별한 비지니스 파트너가 아니라는 그는 왜 굳이 '민희진이 30억 원을 준다고 했다'고 거짓 자백했을까. 주말, 휴일을 막론하고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했다는 B씨의 주장에는 왜 별다른 해명이 없을까. A씨는 모든 쟁점의 키를 쥔 인물이지만 제 정체를 희미한 그림자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의도가 무엇이든 그는 스스로 '거짓말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제 양지로 나와 실체, 진실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당당하다면.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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