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 [더 나은 경제, SDGs]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블룸버그와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주최로 금융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ICMA 관계자는 “한국은 선진국 경제(Developed Economy)로 인식되는 반면, 금융시장은 여전히 신흥국 시장(Emerging Market)으로 분류된다”며 이는 시장 접근성과 국제 커뮤니티와의 연계성 탓이라고 지적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달 중 결정 예정인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 여부는 한국 자본시장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그룹 산하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에서 발표하는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불린다. 이 지수에는 현재 미국과 영국, 일본, 중국 등 25개국의 국채가 포함되어 있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FTSE 러셀은 ‘국채 발행 잔액’, ‘국가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이라는 세가지 요건을 토대로 해마다 3월과 9월 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신흥시장국채지수(EMGBI)에 속한 한국은 WGBI 편입을 위한 정량 조건인 △국채 발행 잔액 500억달러(약 69조원) 이상 △국가 신용등급(S&P 기준 ‘A-’ 이상)을 충족해 이미 2022년 9월 편입 예비 후보인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러나 정성 조건인 시장 접근성에서 ‘레벨 2’를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 접근성은 외국인투자자에게 불편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FTSE 그룹의 주관적 요소로, 불편이 없어야 레벨 2로 분류한다. 현재 한국은 일부 불편이 있는 레벨 1로 분류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하면서 정성적 요건 충족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초에는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 조치가 시행되었고, 작년 말에는 외국인투자등록제(IRC)가 폐지되었다. 또한 지난달부터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17시간으로 연장했고, 우리나라에 소재하지 않은 외국 금융기관도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RFI) 자격을 갖추면 우리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등 해외투자자 편의를 위한 여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부터는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Omnibus Account)가 개통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계좌 개설 없이 역외에서 한국 국채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이런 점이 WGBI 편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미국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예탁결제원의 국채통합계좌 시스템 개통을 전제로 “한국은 9월 예정된 FTSE 러셀의 채권시장 국가분류 발표에서 WGBI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이 WGBI에 편입되면 국내 국고채 시장의 수급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블룸버그와 ICMA가 공동으로 글로벌 금융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WGBI 편입이 국내 국고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며, 추후 1년간 한국 국고채 거래량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할 주요 요인으로 응답자의 42%가 ‘WGBI 편입’을 꼽았었다.
WGBI는 연·기금을 비롯한 초우량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하고 있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한국 국채가 포함되면 외국인투자자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글로벌 IB들은 WGBI 편입 시 우리 시장에 90조원 수준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단 투자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와 관심 역시 높아져 자본시장 전반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반기 코스피의 상승세는 WGBI 편입 여부에 달렸다”는 말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WGBI 편입으로 국내 시장에 글로벌 유동성이 대거 유입된다면 채권 금리 하락과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이는 코스피 상승세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음달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이 성사된다면, 이는 국내 국고채 시장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도약함을 의미하며, 동시에 글로벌 커뮤니티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정부와 기업이 추진하는 다양한 ‘밸류업’(가치제고) 노력이 더해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자본시장의 확장에 크게 기여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강혜영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강 대표는 현재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지속가능연계채권(SLB) 실무 그룹 위원이며,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국제협력분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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