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만큼 떴는데 임대료는 안 뜬 연남동의 비밀 [젠Z의 눈]
연남동 경제학 두번째 이야기
연남동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골목 채웠던 음식점 사라졌지만
현재 특색 유지 중인 연남동
프랜차이즈 매장 비율 낮고
개인 상점 포진해 있기 때문
임대료도 비교적 안정적
현재 공실률도 낮은 상태
입소문으로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리는 '핫플레이스' 상권. 하지만 인기가 많을수록 추락 속도도 빠릅니다. '악명 높은'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로 떠오른 연남동은 아직까지 젠트리피케이션에서 한발 떨어져 있습니다. 비법은 무엇일까요? MZ의 눈으로 본 연남동 두번째 편입니다.
우리는 'MZ의 눈으로 본 연남동 1편(더스쿠프 통권 610호)'에서 큰 위기 없이 상권을 유지하고 있는 연남동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연남동은 어떻게 다른 '핫플레이스' 상권이 겪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늪에 빠지지 않은 걸까요?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요?
먼저 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을 한번 더 설명해보겠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 혹은 예술가가 임대료가 저렴한 동네에 자리를 잡습니다. 당연히 이 지역엔 '특색'이 생기고, 입소문이 납니다. 유동인구도 덩달아 늘어나죠.
그러면 '황금 상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둥지를 틀기 위해 몰려듭니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청년과 예술가는 동네를 떠납니다. 이즈음이면 골목상권 속 점포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버틸 수 없는 지경에 몰립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땅값 상승의 수혜는 대개 건물주가 누립니다. 세입자나 상인들은 지역에서 쫓겨나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합니다. 거대자본이 밀려들어 지역의 정체성과 다양성이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 결과, 사람을 모으던 본래의 특색을 잃고 유동인구까지 감소하면서 상권이 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을 겪기도 합니다.
박진아 한양대(도시공학) 교수는 "SNS 영향으로 특색 있는 동네가 갑자기 유명해지는 일이 많다"며 "동네가 외지인이 붐비는 상점가로 급하게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상인들은 내쫓기고, 소비자들은 다른 동네를 찾아나서는 일이 악순환처럼 반복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연남동 역시 아무런 변화 없이 상권을 유지했던 건 아닙니다. 과거 연남동 골목을 가득 채웠던 화교들의 중국 음식점, 택시기사들이 저렴하게 찾던 기사식당은 상당수 자취를 감췄습니다. 연남동의 오랜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던 '동촌소머리국밥' '구가원' 등의 식당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연남동은 상권 특유의 '힙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를 찾기 어려운 건 연남동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연남동에 들어서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 비율은 2.8%에 불과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비율이 11.8%인 신촌과 7.6%인 광화문보다 훨씬 낮습니다. 연남동엔 다른 동네에선 볼 수 없는 개인 상점들이 훨씬 많이 포진해 있단 뜻입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경리단길을 비롯해 수많은 '○리단길'이 프랜차이즈와 대기업 자본에 밀려 생기를 잃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골목이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연남동은 골목이 좁고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탓에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보단 개인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료도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연남동의 임대료는 팬데믹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22년에서 2023년 초반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왔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큰 폭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통계를 볼까요?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기준 18만9189원이었던 연남동의 임대료는 같은해 2분기 15만7695원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 후 현재까지 14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시 평균 임대료 감소폭이 3.5%로 미미했고, 광화문역 상권의 임대료는 되레 13.2%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남동이 이례적이긴 합니다.
이 때문일까요. 연남동은 다른 서울 상권보다 낮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서울 지역 평균 공실률은 5.8%입니다. 그런데 동교·연남 지역의 공실률은 2.4%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홍대·합정(4.7%), 잠실·송파(6.7%), 명동(19.7%), 신사(7.4%)와 비교해봤을 때도 낮은 수치죠.
연남동 상권이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MZ 핫플로 떠오른 연남동은 언제까지 '홍대'와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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