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존재감…이재명 3년 연속 1위 [202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李, 일반 국민 지목률 57.2%→71.2% 급상승…한동훈 2년 연속 2위
조국, 한덕수 제치고 3위…10위권 밖 밀려났던 이준석은 5위로 재부상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이재명 말고 누가 있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체 불가'한 야권의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총선 압승으로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증명한 데 이어 8·18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방 순회 경선에서 드러난 '구대명'(90%대 지지율로 대표는 이재명) 기조가 이를 증명한다.
빈민 노동자에서 인권변호사,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쳐 대선후보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온 이 전 대표가 야권의 중심에 선 지 어느새 2년이 됐다. 같은 기간 줄곧 그를 따라다닌 '사법 리스크'에도 그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그 배경에 대안부재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일극 체제' 흐름이 지지층의 중도 확장성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짙다.
전문가 지목률 15%p 올라…대안부재론도
올해 실시된 시사저널의 '202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흔들림 없이 굳건해진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이 확인됐다. 이 전 대표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현직 대통령은 제외) 조사에서 지목률 54.0%로 선두를 차지하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9.2%에 비해 15%포인트 가까이 급상승한 수치다.
전문가 조사보다 일반 국민 조사에서 이 전 대표 지목률이 훨씬 높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71.2%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전문가 지목률(54.0%)에 비해 17%포인트 이상 높고, 지난해 일반 국민 지목률(57.2%)보다도 1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일주일에 2~3번씩 재판에 참석하는 와중에도 흔들림 없어 보이는 존재감이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전체 영향력 조사에서도 전문가(39.8%)와 일반 국민(49.6%) 두 항목 모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와 같은 2위인데, 지목률은 각각 1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이 또한 지난 대선 이후 지금까지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를 제외한 그 밖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 인물 부재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10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은 오는 9월6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9월30일 결심 공판이 진행돼 이르면 10월 중 1심 선고가 나올 전망이다. 이 전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다면 향후 행보에 날개를 달게 되겠지만, 타격을 입을 만한 재판 결과가 나온다면 대안론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대안론 카드 중 하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8·15 광복절을 맞아 김경수 전 지사가 복권되면서 '친문(親문재인)-친노(親노무현)'의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이재명의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비명(非이재명)계의 새 구심점이 되려면 대중적 지지세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눈에 띄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 2위는 지난해에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차지했다. 지난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2위에 올라 주목받았는데, 1년 만에 여당 대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문가 27.6%, 일반 국민 34.2% 지목률을 얻었다. 여권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지목률이다.
자기 목소리 내며 몸집 키우는 한동훈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좌상민 우동훈'이라 불릴 정도로 윤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다. 범보수진영 차기 지도자를 묻는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선두를 차지해온 그는 지난 총선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 국민의힘을 이끌었다. 이후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나 꺼지지 않는 지지율에 힘입어 전당대회에 출마, 62.8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한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는 물론,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지만 당선 후 가진 사실상의 독대로 일시 화해 모드가 조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종섭 전 국방장관과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 이어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 문제를 두고도 용산과 다른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당정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위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차지했다. 전문가 조사에서 12.2%, 일반 국민 조사에서 20.6%의 지목률을 기록했다. 지난 총선 때 조국혁신당을 창당한 조 대표는 가히 돌풍을 일으키며 비례대표 12석을 얻어 국회에 입성했다. 4위는 전문가 7.4%, 일반 국민 9.4% 지목률을 기록한 한덕수 총리가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의 행정관료 중 가장 높은 지목률이다. 한 총리는 2022년 5월 '1기 내각'의 컨트롤타워로 임명된 이후 지난 2년간 이태원 참사와 수해, 잼버리 사태 수습 등 국정 운영에 힘써 왔다.
5위에는 4.4%의 지목률을 얻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올랐다. 그는 2022년 조사에서 한 대표를 제치고 2위에 올랐으나 지난해 13위(2.0%)를 기록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었다. 2022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윤 대통령 눈 밖에 났던 이준석 당시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내려 사실상 축출했다.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았던 이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했고 지난 총선 민주당 텃밭이던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차기 대선주자 물망에 자주 오르는 오세훈 서울시장(3.6%)이 6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위로 밀려났다가 재부상한 것이다. 7위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3.0%)이 올랐는데, 지난해보다 2단계 낮아진 순위다. 친윤(親윤석열)계의 지지를 받고 전당대회에 출마했으나 득표율 18.85%에 그치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8위는 홍준표 대구시장(2.6%), 9, 10위는 각각 김동연 경기지사(2.4%),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2.2%)이 차지했다.
'202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2일부터 7월19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