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유력' 공 먼저 챙겨준 정훈, '동점포 허용' 머리를 감싸쥔 한현희…'최강야구' 정현수 첫 승에 모두 진심이었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모두가 진심이었고 한 마음이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하나 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었다.
롯데는 지난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주장 전준우의 끝내기 안타로 5-4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롯데는 가을야구의 희망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이날 경기 초반, 롯데는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선발 이민석이 1회초 3실점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1회말 윤동희의 솔로포로 만회했고 2회말 박승욱의 땅볼과 손호영의 2타점 적시타로 4-3으로 역전했다.
그러나 이민석은 3회 곧바로 위기를 자초했다. 김혜성 송성문 최주환에게 3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김혜성의 2루 도루를 저지하긴 했지만 이민석의 공은 ABS존을 살짝 살짝 빗나갔다. 망연자실한 이민석을 벤치는 두고볼 수 없었고 교체했다. 두 번째 투수로 이날 콜업된 정현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로 지명된 대졸 신인, 앞선 3번의 콜업에서 4경기에 나섰지만 좀처럼 2군에서의 자신감을 이어가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정현수가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현수는 1사 1,2루 위기에서 변상권과 원성준을 연달아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슬라이더와 커브 조합이 좌타자들에게 효과적이었다. 2군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이민석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게 정현수는 더 힘을 냈다고 했다.
정현수는 “(이)민석이의 주자를 막아줘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2군에서부터 민석이와 정말 친해졌다. 제가 올해 신인으로 왔을 때 상동에서 적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준 친구여서 제가 꼭 막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절친한 동료의 주자를 지운 뒤, 정현수는 팀 승리를 위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4회에도 이승원과 김건희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4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박수종까지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삼자범퇴 이닝으로 정리했다.
5회에는 정현수는 선두타자 이주형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무사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혜성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 이어진 1사 3루에서 송성문을 헛스윙 삼진, 최주환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 위기를 다시 한 번 극복했다. 그리고 6회 변상권과 원성준까지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날 경기를 완수했다. 3⅓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포수 손성빈과 주형광 투수코치의 격려와 축하를 받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사직구장 관중석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교체가 되면서 공을 1루수 정훈에게 던지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정현수였다.
이때 1루수 정훈이 달려가던 정현수를 멈춰 세웠고 정현수를 격려하면서 공을 다시 건네줬다.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경우, 정현수는 데뷔 첫 승을 거두는 경기이기도 했다. 정현수는 “정훈 선배님이 승리 투수 요건이라고 생각하셔서 공을 주신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정훈은 경기 후 “오랜만에 올라왔는데,’ 잘 던졌다. 앞으로도 이렇게 던지자’라는 용기와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라면서 공을 먼저 챙겨준 이유를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정현수의 첫 승은 달성되지 못했다. 정현수의 뒤를 이은 한현희는 6회 2사 후 대타 임병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감했다. 그러나 7회 선두타자 김건희에게 초구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월 동점 솔로포를 얻어 맞았다. 정현수의 첫 승은 무산됐다. 한현희도 망연자실해 했다.
그래도 동점 허용 이후 한현희도 안정을 찾았고 진해수 구승민 김원중의 불펜진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결국 연장 10회말 전준우의 끝내기 홈런으로 경기가 마무리 됐다.
경기 후 한현희는 더그아웃에서 방송 인터뷰를 하는 정현수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구단 관계자에게 “첫 승이었다면서요?”라면서 머리를 감싸쥐며 자책했다. 대신 첫 홀드를 기록했다는 말에 그나마 안도했지만 신인 후배가 어렵사리 잡은 기회에서 만들어 낸 인생투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은 여전한 듯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정현수를 향해 한현희는 “형이 첫 승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라고 마음을 전하고 또 격려했다.
모두가 정현수의 첫 승을 원했다. 이러한 마음이 모이면서 롯데는 결국 승리를 따내지 않았을까. 롯데는 50승57패3무를 마크, 8위를 유지했지만 5위 SSG와 승차를 2.5경기 차이로 좁히며 가을야구 도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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