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공들여 개발한 AI 모델 무료로 공개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전략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월 메타의 'AI 리더십' 확보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B100 60만 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3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콘퍼런스에선 AI-메타버스 융합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주목되는 행보는 저커버그가 7월 29일(현지 시간) 컴퓨터그래픽 기술 콘퍼런스 '시그라프(SIGGRAPH)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나눈 대담이다. 당시 저커버그는 "폐쇄형 플랫폼에 화가 난다"며 애플의 AI 전략을 저격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속어까지 쓰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앞선 4월 메타의 오픈소스 AI 전략을 강화하는 등 '모두를 위한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이어지는 언행이다.
메타, LLM·LMM 개발 박차
최근 글로벌 AI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빅테크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 디지털 디바이스 메이커도 자사 제품에 탑재할 독자 LLM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타의 행보는 다소 특이한 점이 있다. 큰돈 들여 어렵사리 개발한 각종 AI 모델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메타는 어느 기업보다 LLM과 거대멀티모달모델(LM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그렇게 나온 AI 모델을 무료로 공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가령 메타는 라마(LLaMA)라는 LLM을 개발한 후 무료로 공개해 개발자들로 하여금 자기 뜻대로 수정할 수 있게 했다. 라마의 성능은 GPT-4나 구글 제미나이와 비슷하고 사용자에 따라 맞춤형 운영도 가능하다. 메타가 개발해 공개한 LMM인 SAM은 영상과 사진 속 여러 구성 요소를 각각 인식해 분할해주는 AI다. 최근 SAM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기본 모델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다양한 이미지와 비디오 포맷을 지원한다.
메타가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만든 LLM과 LMM을 무료로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느 빅테크처럼 다른 기업과 소비자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지 않고 말이다. 여기에는 차세대 AI 표준으로 자리 잡아 기술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메타의 전략이 숨어 있다. 경쟁자들처럼 AI를 그때그때 판매해선 차별화가 어려운 데다, 메타의 기존 사업 모델과도 맞지 않는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장한 회사다. 이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무료다. 낮은 진입 장벽 덕에 세계적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메타는 그렇게 만든 SNS 생태계에서 광고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큰 성공을 거뒀다.
메타의 AI 오픈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료 공개 형태로 AI에 우호적인 개발자 커뮤니티를 확보하는 게 첫 단추다. 그렇게 확보한 AI 리더십을 바탕으로 자사 모델이 AI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고나면 메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 창출에 나설 것이다.
칩셋으로 돈 벌고, AI-SNS 시너지 효과 노리고
메타는 개별 서비스를 팔아 돈을 벌기보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가 텄다. 메타가 무료 공개라는 강력한 영업 전략을 앞세워 SNS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모습을 세계인이 목도했다. 그런 점에서 애써 개발한 AI 모델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 메타의 행보는 그들 문법에선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 입장에선 AI 기술을 통해 이미 제패한 SNS 시장에서 다시금 경쟁자가 넘볼 수 없도록 격차를 더욱 키운다는 장점도 있다. 오픈 플랫폼 전략으로 AI 먹이사슬의 정점에 서려는 메타의 행보가 주목된다.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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